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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un 28. 2023

우리의 변화, 그 마지막이 선물이길 바라며

헤라클레이토스 조각글 A6

우리의 변화그 마지막이 선물이길 바라며

헤라클레이토스 조각글 A6     


헤라클레이토스는 모든 것은 변하고 어떤 것도 머물지 않는다고 말했어그는 같은 강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말하며 우주를 흐르는 강에 비유했었지.”     

λέγει που ράκλειτος τι πάντα χωρεῖ καὶ οδν μένει,’ καὶ ποταμοῦ ῥοῇ ἀπεικάζων τὰ ὄντα λέγει ς δς ς τν ατν ποταμν οκ ν μβαίης.’

: Plato, Cratylus 402


읽다:     


모든 건 변한다. 변하지 않는 건 없다. 영원할 것이라 믿었던 사랑도 변한다. 20대의 뜨거운 그 모습 그대로 있진 않다. 때론 너무나 차가워져 서로에게 독이 되어 인연이 되기도 하고, 아예 무감각해져 서로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인연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모든 건 변한다. 한때의 뜨거움도 차가움이 된다.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쩌면 모든 것이 변한다는 그 사실 하나만이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할 수 있겠다.      


변한다는 건 나쁜 게 아니다. 우주의 가장 자연스러운 이치다. 모든 것이 죽어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면, 과연 이 지구는 그 많은 생명을 품어 낼 수 있을까? 죽어가는 생명은 또 다른 새로운 생명을 위한 준비다. 그러니 죽을 때 죽어야 한다. 죽을 때 죽어야 이 지구의 생명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그 죽음은 자연의 이치이고, 생명의 마지막 선물이며 고마움이다.      


흐르는 물이 흐르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추어 그대로 있으면, 곧 썩어 독이 될 것이다. 생명을 품고 생명이 되는 물이 아니라, 더는 어디에도 쓸모없는 그런 독이 된단 말이다. 자신도 죽이고 다른 이도 죽이는 그런 독 말이다. 그러니 항상 흐르고 또 흘러야만 한다. 변하고 또 변해야만 한다. 죽고 또 죽어야 한다. 그래야 살고 또 살게 된다.      


나란 존재도 마찬가지다. 죽을 때 죽어야 한다. 내 자리는 영원한 게 아니다. 누군가 죽어 내어 준 그의 기운이 지금 내 기운이 되었다. 있던 누군가의 내어줌이 있는 나의 지금이 된다. 나 역시 죽어 누군가의 기운이 되어야 한다. 내가 죽지 않으면, 그 새로운 생명을 죽이는 거다. 내가 변하고 사라지지 않으면, 그 새로운 생명에게 독이 되는 거다. 그러니 당연히 나 역시 죽어 누군가의 기운이 되어야 한다. 죽음은 이렇게 이 우주가 쉼 없이 새롭게 살아가기 위한 우주 생명의 자연스러움이다.      


우주가 그렇듯이 나 역시 죽어야 할 부분은 죽어야 한다. 죽지 않고 고집을 부리면 아집이 된다.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고 잡고 살아가면 어느 순간 그것에 잡혀 산다. 매 순간 새롭게 살아가는 생명의 존재가 되기 위해 내 순간 내 안에 죽을 건 죽어야 한다. 그래야 매 순간 또 다른 새로움이 내 안에 일어나 나는 쉼 없이 새로운 생명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 세상 어느 것도 변하지 않은 것은 없다. 모두가 변한다. 나도 변한다. 같은 강에 두 번 발을 담그지 못한다. 강물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흐르고 흐르니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나도 같은 나를 두 번 마주할 수 없다. 나도 계속 변한다. 나와 만나는 너도 마찬가지다. 계속 변한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선입견’이란 관념이 되어 변하는 세상을 보지 못하고 관념에서 만난 관념으로 나를 만나고 너를 만난다. 그러니 나는 나도 너도 만나지 못한다. 진짜 나와 너를 쉼 없이 변하는 데 나는 변하지 않는 관념 속 나와 너를 만나 대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때그때 변하는 나와 너의 역동성에 귀를 기울이며 살자. 그때그때 변하는 우리 자신의 그 역동성, 매 순간 지금 여기 우리를 벗어나 또 다른 우리, 지금의 우리가 어색한 또한 우리가 되어가는 우리의 역동성, 그 벗어남, 바로 그것에 집중해 보자. 관념 속에서 어제의 나와 너에 머물지 말고서 말이다. 아집에서 벗어남, 아집을 하나씩 버리는 우리, 그 우리가 온전히 비워져 죽음마저 두려움이 아닌 어느 날, 나의 온 존재와 기운도 나 아닌 누군가에게 선물하듯 떠나는 게 죽음이 아닐까 싶다. 


유지승 씀



바닷가에서 사진 유대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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