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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un 29. 2023

나와 너를 위한 토마스복음(도마복음)읽어가기 4

끝을 시작으로 만드는 젊은이가 되어라!

4. 끝을 시작으로 만드는 젊은이가 되어라!      


4. 예수를 이렇게 말했다. “늙은이는 이제 7일 된 아이에게 삶의 자리에 관해 묻기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며그는 살게 될 겁니다먼저인 많은 이들이 꼴찌가 되고 그들이 신과 하나가 될 겁입니다.”     


늙은이, 오랜 시간, 늙은이는 지혜의 상징이었다. 세상은 거의 변하지 않고 오랜 과거의 지식(知識)은 그대로 지혜(智慧)가 되었다. 똑똑함이 곧 슬기로움이 되었단 말이다. 그러니 많은 이들은 그에게 가서 지혜를 구했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했다. 어제의 지식은 지금은 그냥 과거의 이야기다. 더는 지혜가 아니다. 이젠 고집이 되어 버린 거다. 아주 오랜 과거를 상상해 보자. 채집으로 살던 시기, 늙은이의 기억 속 맛난 과일나무의 위치, 그 과일나무를 찾아가는 길, 위험해 버리는 그 과일나무 위를 올라 과일을 따는 법, 이 모든 지식은 그대로 그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귀한 지혜였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젊은이는 늙은이의 안내에 따라 그곳을 쌓아 과일을 구해 그 씨를 마을 공터에 심었다. 시간이 지나자 마을 공터는 과일나무로 가득하게 된다. 이제 늙은이의 지식은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 과일나무의 위치도 찾아가는 길도 궁금하지 않다. 마을 공터에 과일이 가득하니 말이다. 늙은이는 과거의 지식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며 과거에 구속되어 간다. 젊은이는 지금 여기 나에 충실하며 지금 여기 나의 욕망에 충실하며 과거에서 벗어난다. 늙은이는 젊은이의 나아감이 자신을 향한 무시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그 늙은이도 젊은이였다. 처음 우연히 산을 걷다 줍게 되는 과일에 만족하던 이들 사이 그 과일나무를 찾아 떠나 위치를 알게 되고 길을 알게 된 그는 늙은이가 아닌 젊은이였다. 그런데 오직 그 지식만이 유일한 답이라 고집하며 그는 늙은이가 된다.      


젊은이는 끝을 끝이 아닌 또 다른 길의 시작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게 진짜 젊은이의 모습이다. 진짜 젊은이는 끝에서 살지 않는다. 끝에서 사는 이는 늙은이다. 그 끝에 안주한다. 아무리 생물학적 나이가 어려도 끝에 안주하며 지난 과거의 지식을 유일한 정답이라 고집하고 산다면, 그는 늙은이다. 아무리 생물학적 나이가 많아도 끝에 안주하지 않고 지난 과거의 지식, 그 끝에서 다시 또 다른 끝을 향하여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면, 그는 젊은이다. 아집에 안주하지 않고 아집의 밖으로 쉼 없이 나아가는 게 젊은이다.      


늙은이가 젊은이에게 길을 묻는다. 그래야 한다. 지금은 사는 이에게 과거를 살던 이는 길을 물어야 한다. 그때 늙은이의 지식도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할 이유를 얻게 된다. 끝에 안주하지 않고 그 끝을 출발선으로 또 다른 끝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다. 먼저 온 이들, 늙은이들이 어느 순간 꼴찌가 되는 것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세상의 이치다. 그 이치 가운데 늙은이가 된 젊은이는 다시 젊은이에게 물고 청하며 다시 젊은이가 된다. 그렇게 자기를 극복하게 된다. 그리고 아집에서 벗어나 또 다른 길을 향하여 나아갈 때, 그는 신에게로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거다. 신은 과거 지식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은 항상 살아 역동하는 존재이기에 말이다. 그 역동성은 과거에 대한 기억으로 담아낼 수 없다. 과거에 대한 기억에 담기는 순간, 그 생명의 역동성은 사라지고 무력하게 죽어 버린 시체가 되어 버릴 것이니 말이다. 신은 항상 과거 기억으로 만들어진 이론에 만족하지 않은 존재다. 오히려 신은 역동적으로 새로운 무엇인가로 나아가는 이의 힘찬 발걸음, 쉼 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아집에서 벗어나고 벗어나는 이의 그 치열한 애씀, 바로 그 가운데 더불어 있는 존재이니 말이다.     


2023년 6월 28일

유지승 씀


(저는 대구에서 독서&철학 교실을 운영합니다. 온라인으로 전국 어디서든 함께 할 수 있습니다. 0i0-44i4-o262로 '독서 철학 교실 문의'라고 문자 먼저 주세요. '토마스복음 읽기 문의'라고 문자 주시고 '토마스 복음' 읽기에 참여하실 수도 있습니다.)



제주 우도에서 2023년 사진 유대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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