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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ul 14. 2023

창세기 1장 1절, 신들과 하늘들

경전 읽기

창세기」 1장 1     


בְּרֵאשִׁ֖ית בָּרָ֣א אֱלֹהִ֑ים אֵ֥ת הַשָּׁמַ֖יִם וְאֵ֥ת הָאָֽרֶץ׃

bə·rê·šîṯ bā·rā ’ĕ·lō·hîm; ’êṯ haš·šā·ma·yim wə·’êṯ hā·’ā·reṣ.  

(베레쉬트 바라 엘로힘, 에트 핫솨마임 뵈에트 하아레쯔)

처음에 만들었다 신들이 그 하늘들 그리고 그 땅을.

“처음에 신이 그 하늘들과 그 땅을 만들었다.”     


ἐν ἀρχῇ ἐποίησεν ὁ θεὸς τὸν οὐρανὸν καὶ τὴν γῆν. 

(앤 아르케 에포이에센 호 테오스 톤 우라논 카이 텐 겐)

처음에, 신이 하늘과 땅을 만들었다. 


In principio creavit Deus caelum et terram. 

(인 프링치피오 크레아빗 데우스 첼룸 엣 테람.)  

처음에, 신이 하늘과 땅을 만들었다.      


히브리어는 ‘엘로힘(אלהים)’은 ‘엘(אל)’의 복수다. 즉 ‘신’이 아니라 ‘신들’이다. 그러나 다들 알 고 있듯이 유대교도 그리스도교도 모두 하나의 신을 믿는다. 신이 여럿이 아니란 말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복수 표현을 흔히 ‘장엄 복수’라고 한다. 그 장엄함에 문법적으로 복수를 사용하지만, 사실은 단수란 말이다. 그러니 동사는 3 인칭 단수 동사를 사용한다. 문법적으로 복수이지만, 동사의 주어로 있는 존재는 단수란 말이다. 이것을 두고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하여간 중요한 것은 ‘하나의 신’을 믿는다는 것과 바로 그 하나의 신이 ‘하늘들’과 ‘땅’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서도 신기한 것이 있다. 왜 땅은 단수인데 하늘은 복수인가? 과거 유대인은 하늘이 셋이라 믿었기에 복수라고 했을 수 있다. 이것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 12장 2절에 셋째 하늘이란 표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하늘이 있다는 건 하늘이 단수가 아니란 말이다. 즉 하나가 아니란 말이다. 쉽게 생각하면 ‘대기권의 하늘’과 ‘별이 있는 하늘’ 그리고 ‘신이 머무는 하늘’, 이렇게 셋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 12장 2절의 글을 읽어보자. “너는 그리스도를 믿는 어떤 이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14년 전 셋째 하늘까지 들어 올려졌습니다.” 여기에서 셋째 하늘은 바로 신이 머무는 하늘이라 볼 수 있다. 하여간 하늘이 복수란 사실이다. 사실 고대와 중세에 하늘이 여럿이란 생각은 조금 흔했다. 어떻게 여럿인가에 관해서는 긴 이야기가 필요하였지만, 아주 간단하게는 이렇게 생각해 보면 된다. 새가 날고 있는 이 하늘과 이 하늘 위에 별들이 있는 하나, 그리고 이 모두 보다 더 높이 신이 머무는 하늘이다.      

이렇게 하늘은 여럿이지만, 그 하늘 아래 땅은 하나다. 땅은 우리가 걷고 달리고 많은 생물이 사는 바로 이 땅 하나다. 정리해 보면, 위대한 신이 하늘들과 땅을 만들었다.      


헬라스어로 번역된 『칠십인역』에 의하면 “처음에 신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였다.” 라틴어로 번역된 『불가타역』에서도 기본적인 내용은 같다. “처음에, 신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였다.” 신은 단수이고, 하늘은 단수다. 이제 지중해 공용어인 헬라스어와 라틴어로 번역된 창세기는 헬라스와 라틴 세계 속에서 이해되었고, 이들의 언어와 이들은 사상은 유대교의 그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유지승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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