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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Aug 03. 2023

'믿음'이란 무엇일까?

야고보의 편지, 더불어 읽기

믿음이란 무엇일까?     


6. 하지만 그는 조금의 의심(διακρινόμενος)도 하지 않으며믿음으로(ἐν πίστει청하고 있어야 합니다왜냐하면 의심하고 있는 이(διακρινόμενος)는 바람에 밀리며 요동하는 바다의 파도와 같으니 말입니다.

(αἰτείτω δὲ ἐν πίστει, μηδὲν διακρινόμενος· ὁ γὰρ διακρινόμενος ἔοικε κλύδωνι θαλάσσης ἀνεμιζομένῳ καὶ ῥιπιζομένῳ.)

[아이테이토 데 엔 피스테이 메덴 디아크리노메노스 호 가르 디아크리노메노스 에오이케 클뤼도니 탈라세스 아네미즈도메노 카이 리피즈도메노]     


‘믿음’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그냥 이런저런 이론을 암기하고 있다는 수준은 아닐 거다. 몇몇 교리를 암기하고 있다고 구원된다면 그 구원은 너무 별것 아니다. 가장 쉬한 행복이 그저 몇 줄 교리를 알고 있다고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말이다. 나에게 믿음이란 그저 지식이 아닌 실천이다. 삶의 모습이다. 아니, 삶이다. 나만의 행복이나 구원이 아닌 모두의 행복, 전체의 기쁨, 더불어 좋음을 위한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의 실천이 나에겐 믿음이다. 이 길은 쉽지 않다. 나 하나 좋기도 힘든 삶인데, 더불어 좋을 필요는 무엇이고, 전체의 기쁨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그럼에도 전체의 기쁨, 더불어 좋음을 위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그 마음이, 그 앎이 삶이 되게 하는 것, 그것이 믿음이다.      


삶의 순간마다 이기적 삶이 더 쉽고 더 간절하게 다가온다. 더 큰 유혹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 큰 힘을 이기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흔들리지 않고 전체를 위하여 나아가는 것, 그것이 믿음이라 생각한다. 조금의 의심도 없이 말이다.      


나의 구원을 위해 믿는 믿음은 결국 남을 지운다. 남을 전도(傳道)하면 더 큰 상을 얻기에 전도하는 믿음은 남을 수단으로 만들 뿐이다. 자기 기쁨을 위한 수단 말이다. 이런 믿음은 오직 나뿐이다. 희생으로 보이는 것조차 사실 자기 구원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또 다른 이기심일 뿐이란 말이다. 이런 믿음의 유혹을 이기고, 나의 구원이 아닌 너의 구원, 우리의 구원을 위해 살자. 이기심의 유혹에 흔들려도 밀리지 말고, 때론 이런저런 실수가 있어도 꾸준히 우리의 구원을 위한 삶, 너의 구원을 위한 삶, 바로 그 삶의 길을 가자. 그것이 믿음이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우린 모두 너를 위해 작은 것을 내어 줄 수 있다. 그것이 큰 것이든 아니면 작은 것이든 말이다. 장사하는 이는 너를 위해 속임 없이 좋은 것을 과한 욕심 없이 나누는 것이 믿음의 삶이다. 자기 욕심을 거짓을 말하고 그 거짓으로 더 큰 것을 얻으려 한다면 그것이 믿음을 버리는 삶이다. 정치하는 이는 나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더 치열하게 너를 위해 속임 없이 모두가 더불어 잘 살 공동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믿음의 삶이다. 자기 욕심과 자기 권력을 위해 살아간다면, 그것이 믿음을 버리는 삶이다. 그렇게 저마다의 삶에서 저마다의 모습으로 믿음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믿음의 삶을 실천할지 그 방법을 궁리해야 하기에 믿음의 삶은 항상 자기를 돌아보게 한다. 생각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믿음은 너를 위한 생각이 없을 수 없다.      


종교가 힘을 잃고 있는 시대다. 어쩌면 이기적 종교의 모습에 지치고 지친 이들이 떠나고 있는지 모르겠다. 믿음 없는 종교에 실망해 버렸는지 모르겠다. 


유지승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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