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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Aug 16. 2023

두 마음으로 살아가는 우리

야고보의 편지, 더불어 읽기

두 마음으로 살아가는 우리     


8. 두 가지 혼을 품은 사람은 그의 모든 길에서 불안정한 사람입니다

(ἀνὴρ δίψυχος ἀκατάστατος ἐν πάσαις ταῖς ὁδοῖς αὐτοῦ.)

[아네르 딥쉬코스 아카타스타토스 엔 파사이스 타이스 호도이스 아우투]     


홀로 자기 자신의 기쁨만을 위해 살아가는 이와 더불어 전체 속에서 모두의 기쁨을 위해 살아가는 이는 서로 다른 사람이다. 한 사람이 이 두 가지 길을 함께 걸어가며 살 순 없다. 보이기는 더불어 살아가는 이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그 마음이 홀로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는 어쩔 수 없이 홀로 이기심으로 살아가는 이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더불어 살아가는 이라며 소리치고, 그런 자리에 함께하고, 그런 곳에서 앉아 기도하는 듯하지만, 어쩔 수 없다. 홀로 살아가려는 이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이는 서로 다른 길이며 한 사람이 이 두 길을 모두 갈 순 없다. 어쩌면 신앙이란, 어쩌면 모두를 위한 철학이란, 어쩌면 참으로 좋은 삶이란 오직 나만을 위한 삶을 내려둠으로 시작하는 것이리라. 성당과 교회를 아무리 열심히 다녀도 자기 물건 하나 더 팔기 위해 다니는 것이라면, 결국 그 ‘열심’은 이기심일 뿐이다. 아무리 열심히 다녀도 자기 구원과 자기 마음 편함을 위한 것이라면, 그 ‘열심’ 역시 이기심일 뿐이다. 아무리 열심히 기도해도 그 기도가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만을 위한 것이라면, 그 ‘열심’ 또한 이기심일 뿐이다. 참 ‘열심’은 입으로 하는 기도를 넘어서 삶이 되어 더불어 삶으로 완성된다.      


가난하고 아픈 이의 슬픈 죽음 앞에서 왜 그는 그렇게 게으르고 왜 그렇게 공부하지 않고 그렇게 죽었는지 그 죽음의 탓을 죽은 이를 향하여 토해내는 게 아니라, 왜 우리는 우리 안에 그를 품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것, 그리고 그 반성이 더 열심히 아프고 힘든 이들을 우리 가운데 외롭지 않게 홀로 아프지 않고 품어주는 것, 바로 그런 삶이 신앙의 삶이고 기도의 삶이리라. 그렇게 ‘홀로’의 삶에서 ‘더불어’의 삶으로 조금씩 걸어가는 여정이 어쩌면 신앙의 여정이고, 참된 좋은 삶의 여정이리라.      


그 삶의 여정 역시 그리 쉽지 않다. 때론 더불어 살아감 속에서 내 것의 포기가 요구될 때, 나도 모르게 ‘더불어 있음’의 길보다 ‘홀로 있음’의 길로 한 걸음 더 물러선다. 나도 모르게 올라오는 이기심의 마음이 나를, 나만을 생각하게 하니 말이다. 어쩌면 우린 평생 이 두 마음 가운데 갈등하며 산다. 불안하게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런 불안 속에서 더불어 삶의 길을 결단하며 꾸준히 조금씩 그 길로 나아가려 노력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내 신앙이 내 삶이 되는 여정, 내 철학이 내 삶이 되어가는 여정이 아닐까 싶다.   

  

두 마음으로 살 순 없지만 우린 두 마음으로 산다. 그러니 괴롭다. 하지만 잊지 말자. 우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그 가운데 우린 조금 힘들어도 참된 행복 속에서 너를 만나 웃는 나일 수 있다.      


유지승 옮기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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