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보의 편지, 더불어 읽기
서로에게 악마가 되어 사는구나.
10. 부유한 이(πλούσιος)는 자신이 낮은 천한 자리에 있음을 자랑해야 합니다. 그는 풀꽃과 같이 스러져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ὁ δὲ πλούσιος ἐν τῇ ταπεινώσει αὐτοῦ, ὅτι ὡς ἄνθος χόρτου παρελεύσεται.)
[호 데 플루시오스 엔 테 타페이노세이 아우투 호티 호스 안토스 코르투 피렐레우세타이]
높은 이도 낮은 이도 없는 세상이 참 좋은 세상이다. 천국이란 그런 곳이라 생각한다. 누가 더 높고 누가 더 낮지 않은 세상 말이다. 이런 세상은 서로 더불어 있는 세상이다. 누가 더 높고 누가 더 낮은 세상은 더불어 있지 않은 세상이다. 더불어 있는 세상은 나의 옆에 네가 있지 나의 눈 위에 네가 있어서 나를 아래로 내려다보며 명령하는 그런 세상이 아니다. 나의 옆에 네가 있을 때 나는 너와 더불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더불어 있기보다 홀로 더 높은 곳에 있으려 한다. 홀로 더 높은 곳에서 홀로 내려다보려 한다. 더불어 대화하기는 싫다. 홀로 명령할 뿐이다. 그런 모습을 동경하는 이들이 생긴다. 그와 같이 홀로 높아지려 한다. 대화하지 않고 홀로 명령하려 한다. 홀로 높은 나에게 나의 눈 아래 너는 우리 가운데 또 다른 내가 아니다. 그냥 ‘남’이다. 내 기쁨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 말이다. 홀로 높은 ‘나’는 도구와 대화하지 않는다. 그냥 명령할 뿐이다. 누군가는 더 좋은 도구가 되어 나의 옆에 모일 것이고, 누군가는 홀로 높은 나를 동경하며 자신의 지금을 부정하며 살아갈 것이다. 하여간 나의 옆에 모인 이들은 스스로 나의 도구가 되려는 슬픈 영혼, 자기 지금을 부정하는 슬픈 영혼이다. 홀로 높은 나는 나를 동경하는 이들의 눈빛, 나를 부러워하는 눈빛, 그 눈빛에 도취되어 산다. 결국 홀로 높은 나이지만, 그 기쁨은 나 아래 있는 이들의 눈빛이다. 그 눈빛에서 내가 낮아질까 나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간다. 그래서 계속 나는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볼 것이니 말이다. 홀로 높은 나는 그렇게 나는 나로 만나지 못하고, 나는 타자의 눈빛에서 만나며, 나의 지침을 안아주지 못하고 달리는 노예가 되어 있다. 결국 홀로 높으려는 나도, 나의 옆에 모인 이들도 모두 홀로 아픈 슬픈 영혼이 되어 있다. 더불어 있지 못하고 말이다.
결국 부유한 이의 그 높음은 하나도 높은 게 아니다. 오히려 세상은 지옥으로 만드는 자리일 뿐이다. 홀로 높은 이도 그 아래 가난한 모든 이도 아프고 힘들게 만드는 독약 같은 자리, 참으로 천한 자리다. 곧 저 들판의 잡초와 같이 사라질 존재들의 서글픈 삶의 자리다. 차라리 그 잡초는 사라져 누군가의 거름이 되어 더불어 있는 작지만 귀한 존재인데, 우리는 서로 쉬지 않고 상처를 주지는 참 독약 같은 존재는 아닌가 돌아본다. 서로에게 악마가 되어 살아가는 존재는 아닌가 돌아본다.
천해지지 말자. 홀로 높아지려 하지 말자. 천천히 더불어 살아가자.
유대칠 옮기도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