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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Oct 30. 2023

거름이 되는 삶을 위해 기도해봅니다.

마르코와 함께 명상 

Evangelium secundum Marcum

마르코에 따른 복음     


[이 곳의 마르코 복음 번역은 제가 라틴어를 따라 번역한 것입니다. 라틴어를 두 가지 본을 모두 함께 적어봅니다.]


[거름이 되는 삶을 위해 기도해봅니다.]     

1 Inítium Evangélii Jesu Christi, Fílii Dei. 2Sicut scriptum est in Isaía prophéta: Ecce ego mitto ángelum meum ante fáciem tuam, qui præparábit viam tuam ante te. 3 Vox clamántis in desérto: Paráte viam Dómini, rectas fácite sémitas ejus. (Vulgata Clementina)     

1inítium evangélii Iésu Christi Fílii Dei 2sicut scriptum est in Esaía prophéta ecce mitto ángelum meum ante fáciem tuam qui praeparábit viam tuam 3vox clamántis in desérto paráte viam Dómini rectas fácite sémitas eíus (Stuttgart Vulgata)     

1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시작. 2 이사야 예언서에 기록되었듯, “보시오! 나의 사신을 (너보다) 앞서 너의 면전(面前)에 보내어, 그가 너의 길을 미리 준비케 할 것이다. 3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는 이러하다. ‘그대는 주님의 길을 준비하고, 그의 좁은 길을 곧게 하라.’”     


[세례자 요한의 삶을 생각해 봅니다. “준비하라!” 소리치는 사람입니다. 소리치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아무도 없는 광야라지만, 정말 아무도 없는 광야라기보다는 누구도 듣지 않는 곳, 누구도 듣지 않아 마치 사막, 즉 광야와 같은 곳에서 소리치며 산 그런 이였습니다. 하지만 그 소리가 울리고 울려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홀로 살기 위한 이가 아니었습니다. 모두를 위해 일어날 사랑의 혁명, 그 혁명을 위해 준비하라 외치는 이로 태어났습니다. 우리는 내가 주인공이 되기 위해 삽니다. 조금 더 배우고 조금 더 높은 권세를 누리고 조금 더 많은 재물이 있으면 당연히 자기만을 위해 삽니다. 모두를 위한다고 하지만 사실 자기 앞에 고개 숙이는 이를 보며 즐기며 삽니다. 자기만의 삶을 살지 더불어 우리 모두의 삶을 살지 않습니다. 자기 위세를 유지하느라 아프고 힘든 이의 눈물을 보지 않습니다. 어쩌면 볼 생각도 없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사랑의 혁명, 그 혁명의 거름으로 태어나 거름으로 살다 죽었습니다. 거름은 ‘자기 내어줌’으로 부활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님댁 입구엔 항상 퇴비(堆肥)가 쌓여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면 참 더러운 것으로 가득했습니다. 먹다 남은 과일도 있고 종종 어린 제가 가서 그곳에 오줌을 누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냄새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 퇴비가 거름이 되어 자기 아닌 다른 생명을 살립니다. 할머님이 키우시는 콩이 되고 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콩과 벼는 콩밥이 되어 내 살이 되고 내 생명이 되었습니다. 거름이란 그런 것입니다.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있지 않습니다. 광야에 있듯이 독한 악취로 누구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반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를 내어줍니다. 자기 전부를 내어줍니다. 마치 그러기 위해 처음부터 있던 것처럼 말입니다. 세례자 요한, 그는 사랑의 혁명, 더불어 모두가 사는 그 혁명을 위한 거름이었습니다. 사실 사랑의 혁명을 위한 거름도 콩이 되고 벼가 되는 거름과 같습니다. 거름은 자기 자신을 위해 있지 않고, 더불어 있습니다. 더불어 있는 가운데 ‘자기 내어줌’으로 자기 모두를 새 생명의 기운에게 내어줍니다. 어느 하나도 남김없이 부서지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새 생명으로 부활합니다. 광야에서 외친 그의 외침은 사라진 게 아닙니다. 사랑의 혁명을 준비하게 하였고, 그는 더 큰 사랑의 완성, 그 완성을 위해 기꺼이 자기를 내어놓았습니다.     

우리는 내가 주인공이 되는 삶을 기대하고 그 삶을 이루어달라 기도합니다. 욕심의 기도입니다. 욕심의 기도를 하느님은 얼마나 반겨주실까요. 어쩌면 거름이 되게 해 달라는 기도, 누군가를 위해,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 없어도 기꺼이 거름이 되게 해 달라는 기도, 그런 기도를 하느님께선 더 기쁜 마음으로 들어주실 겁니다. 어쩌면 그 기도가 나와 너와 우리와 하느님, 모두가 더불어 웃게 되는 그런 기도가 아닐까요. 그런 삶이 아닐까요. 오늘 마르코와 함께 생각해 봅니다.]          


유대칠 옮기도 묵상해 적음

2023 10 29

산책길... 사진 유대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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