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고전읽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대칠 자까 Nov 12. 2023

난 죄인인가요?

마르코와 더불어 돌아봄

Evangelium secundum Marcum

마르코에 따른 복음     


[난 죄인인가요?]     

4Fuit Joánnes in desérto baptízans, et prǽdicans baptísmum poeiténtiæ in remissiónem peccatórum. 5Et egrediebátur ad eum omnis Judǽæ régio, et Jerosolýmitæ univérsi, et baptizabántur ab illo in Jordánis flúmine, confiténtes peccáta sua. (Vulgata Clementina)     

4fuit Iohánnes in desérto baptízans et prǽdicans baptísmum paeniténtiae in remissiónem peccatórum 5et egrediebátur ad illum omnis Iudǽae régio et Hierosolýmitae univérsi et baptizabántur ab illo in Iordáne flúmine confiténtes peccáta sua. (Stuttgart Vulgata)     

4 광야에서 요한은 세례를 나누며 또 죄를 용서받는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다. 5. 그리고 유대 지역과 예루살렘의 모든 이들이 그에게 와 자기 죄를 고백하고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     


[하늘만 보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신을 향해 찬양하고 밤낮으로 경전의 이야기를 묵상하며 때론 눈물 흘리며 자기를 돌아보고 돌아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늘만 보고 살아가다 보면 여기 가득한 아픔을 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부조리한 폭력으로 수많은 이들이 죽어 가고 있어도 하늘만 보고 있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보지 않습니다. 본인은 화려한 차림을 하고 화려한 곳에서 높디높은 하늘만 보고 살아가면서, 가난하게 욕심 없이 살라는 이도 있습니다. 그 역시 하늘만 보고 있느라 자기 차림을 보지 못한 겁니다. 자기 말 앞에 자기 모습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릅니다. 하늘만 보고 살아가느라 아픈 이를 보지도 못했고 자기 차림도 보지 못한 겁니다. 심지어 부끄러움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가난한 이들이 실수하며 어리석게 살아가는 이유가 하늘을 보지 못해서 그렇다고 책망(責望)합니다.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고 무시합니다. 자기 자신이 얼마나 죄인인지 모르면서 자기와 다른 이를 이렇게 조롱하고 무시합니다. 참 나쁜 죄인입니다.     


그저 고개 들고 하늘만 보고 살아가는 이들은 이 땅의 아픔을 모릅니다. 그저 몇 번 구호를 외치고 멋진 글귀 공부하면 자신이 하늘의 가치를 이 땅에 풀며 살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그런 구호 없어도 그런 멋진 글귀를 몰라도 아프고 힘든 이를 위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더불어 있다면, 그것이 참으로 하느님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을 죄인이라 부르는 데 고개 숙이고 긍정하며 오히려 자기 죄를 고백하는 이들, 그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들이 정말 사회적으로 그리고 법률적으로 사악한 이들이었을까? 아닐 겁니다. 그들은 자신이 아픔과 더불어 있지 못하고 그저 홀로 별문제 없이 잘 살아가던 이들이었을지 모릅니다. 도둑도 아니고 살인법도 아니고 사기꾼도 아니고 그저 열심히 돈 벌고 가능하다면 권력 욕심도 부리며 말입니다. 나름 자기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말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하면 그 모든 것이 결국은 자기 한 사람의 좋음, 그뿐이란 걸 알게 될 때, 우린 참 홀로 나만 보고 살아왔음을 마주하게 됩니다. 성직자와 목회자 그리고 수도자는 그저 홀로 하늘만 보고 살았던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고 말입니다. 그때 요한의 외침이 들렸을지 모릅니다. “당신은 죄인입니다.” 그리고 그 말에 자신을 마주하며 고백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나는 죄입니다.” 더불어 아프고 더불어 울고 더불어 화내고 더불어 싸우지 못한 자신을 마주할 때, 우리는 우리가 죄인이란 걸 깨우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바로 그때 남이 들으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걸로 회개하며 이제 더불어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지 않을까요.]


유대칠 옮기고 씀

2023년 11월 12일



제주도 우도에서 사진 유한결


매거진의 이전글 거름이 되는 삶을 위해 기도해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