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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Dec 10. 2023

이병률의 '살림' 읽기

유대칠의 시 읽기

살림 

이병률 


오늘도 새벽에 들어왔습니다

일일이 별들을 둘러보고 오느라구요 


하늘 맨 꼭대기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볼 때면

압정처럼 박아 놓은 별의 뾰족한 뒤통수만 보인다고

내가 전에 말했던가요 


오늘도 새벽에게 나를 업어다 달라고 하여

첫 별의 불꽃에서부터 끝 별의 생각까지 그어놓은

큰 별의 가슴팍으로부터 작은 별의 멍까지 이어놓은

헐렁해진 실들을 하나하나 매 주었습니다 


오늘은 별을 두 개 묻었고

별을 두 개 캐냈다고 적어 두려 합니다 


참 돌아오던 길에는

많이 자란 달의 손톱을 조금 바짝 깎아 주었습니다.



유대칠의 어설픈 주관적 감상문

살림... 살림살이는 참 힘들다. 살림살이는 그냥 사는 게 아니다. 더불어 사는 거다. 그저 혼자 살 땐 나 하나만 돌보면 그만이다. 하지만 더불어 살기 시작하면 나 하나만 돌봐서는 안 된다. 이기적일수록 나와 더불어 사는 이의 마음에 병에 자란다. 내가 그들의 세균이 되어 버린다는 말이다. 

제대로 더불어 살기 위해 우선 서로 다른 별 하나하나를 돌봐야 한다. 그렇게 일일이 별들을 둘러보다가 새벽에 들어오는 것도 흔한 일이다.(1연) 더불어 살아간다는 건 그저 더불어 살아가는 별의 화려함만을 보며 살아가는 걸 의미하지도 않는다. 굳이 가장 높은 곳으로 힘겹게 올라가 압정처럼 박힌 별의 뾰족한 뒤통수를 볼 수 있어야 한다.(2연) 화려함이 아니라, 그 화려함이 힘겹게 버티고 있는 뾰족한 바늘 같은 차가움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때 제대로 더불어 살 수 있다. 그때 그 차가운 외로움도 품을 수 있기에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서로 다른 모양으로 존재하는 별, 그 별 하나하나 헐렁해진 실들을 매 주어야 한다.(3연) 서로 다르지만 다름으로 밀어낼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모양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 별의 헐렁해진 실을 하나하나 품어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별과 더불어 있는 달도 그 손톱을 깎아 주어야 한다.(5연) 살림은 제대로 우리 되어 살아가는 길이다. 쉽지 않다. 밤하늘 빛나는 별은 참 아름답지만, 살림은 그 아름다움의 이면, 차갑게 뾰족한 마음을 위로해야 하고 헐렁해진 줄을 단단해 잡아주어야 하는 애씀, 그런 애씀이 있어야 한다. 그때 살림은 살림이 되고 그 아름다움은 모두에게 따스한 아름다움이 된다. 내가 시를 읽으면 얼마나 읽을 수 있겠는가. 그냥 내게 다가온 이병률의 '살림'은 이런 시다. 적어도 나에겐 말이다. 

사랑하는 내 가족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내 주변 내 소중한 벗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적어도 내겐 참 고마운 시다. 


유대칠 읽고 씀


[제가 잘못 읽었을 수 있습니다. 부디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 지성사) 많이 구하셔서 많이 읽어주세요. 여러분이 만난 '살림'이 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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