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우릴 믿으십니다.

대림주간 2023년 12월 17일

by 유대칠 자까

“하느님은 자연을 파괴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연을 완성하십니다.”

Gott ist nicht ein Zerstörer der Natur, er vollbringt sie vielmehr.

에크하르트의 글


우린 모두 하느님의 발자취입니다. 하느님이 다니시는 걸음걸음이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자연 모두가 하느님의 발자취입니다. 자연 모두가 하느님과 더불어 있는 귀하디 귀한 하느님의 드러남이란 말입니다. 하느님은 그런 자연의 주인으로 마음대로 파괴하고 마음대로 괴롭히지 않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 하느님은 악마와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욕심대로 모두를 지배하려는 악마 말입니다. 하느님은 마음대로 파괴하고 이용하는 악마가 아니라, 오히려 자연의 완성을 위해 더불어 있는 분이십니다.


우린 모두 행복하길 원합니다. 불행을 희망하는 이는 없습니다. 모두가 행복을 위해 살아갑니다. 단지 그 행복이 힘들 뿐입니다. 누군가는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 다른 이의 행복을 이용합니다. 파괴하고 지배합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도 행복하길 원하고 또 애씁니다. 그러나 그들의 행복은 참 힘듭니다. 부유하고 강한 이들이 그들을 이용해 자신들만 행복을 독차지하려 하니 말입니다. 부유하고 강한 이들의 행복이 커지면 커질수록 가난하고 약한 이들의 행복은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과연 이게 자연스러운 모습일까요? 아닙니다. 자연이 이와 같다면, 자연은 벌써 서로를 죽이며 멸종했을 겁니다. 그러나 사람이 자연을 파괴하기 이전까지 자연은 스스로 멸종의 길을 가지 않았습니다. 서로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 싸우고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자연은 이제까지 유지되어 온 겁니다. 나름의 자리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더불어 있음에 성공한 이들만이 살아남은 건 겁니다. 사실 그게 진화입니다. 자연이란 이렇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그 자연을 거부합니다. 오직 부유하고 강한 이만이 더 행복해지려 합니다. 오직 자기 자신만 말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이런 행복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세요. 홀로 자기만 먹을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나눌 때 모두가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아프고 힘든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 사실 그것이 자연입니다. 그 자연이 하느님이 아름답다 긍정한 창조의 우주, 그 참모습입니다. 하느님이 이 땅에 와 우리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 참모습을 복원하란 것 아닐까요. 우린 모두 행복을 원합니다. 모두 행복을 원합니다. 누구는 더 행복하고 누구는 덜 행복한 것이 하느님 나라의 모습이 아닙니다. 모두 웃으며 행복한 세상이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그 하느님의 나라를 이 땅에 이루고자 하는 결코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꿈을 이루겠다고 사는 게 신앙입니다. 그리고 그 신앙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고난 가운데 쓰러질 때 그와 더불어 다시 일어나 하느님의 나라를 이루고자 하는 분이 바로 자연의 완성을 우리와 더불어 이루어가시는 하느님이라 믿습니다.


하느님은 마음대로 우리를 지배하며 우리를 당신의 뜻대로 있도록 하기보다 우리의 본성, 자연스러운 우리의 모습을 믿고, 더불어 완성을 향해 함께 하십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믿으십니다. 우리가 믿지 못하는 우리를.


2023년 12월 17일

유대칠 암브로시오 씀


대림주간 묵상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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