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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Dec 21. 2023

종교가 소멸되어 가는 시대라고 합니다.

피정일기 2023 12 20

종종 종교가 시대를 앞서 선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 데 저는 그런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진보의 역사가 앞서 가면 가지 않으려 하다가 아주 살짝 한 걸음 움직이는 식입니다. 그러면 마치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는 듯이 진보를 이끈다고 신도 가운데 몇몇 말하기도 하지만 저는 아주 느릿느릿하다고 생각합니다. 종교는 진보적이기보다는 보수적이기 참 좋죠. 단지 조금 착한 보수로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쁜 보수로 있는 경우가 아주 많아서요. 거대한 건물을 화려하게 세우고 아프고 힘든 사람 가득한 세상에서 서로 사랑하고 나누라는 말도 때로는 참 이상하게 들립니다. 그냥 뻔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종교가 진보의 역사, 가장 앞에 서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지만, 적어도 그 화려함과 그 거리감은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성스러워서 가장 화려하고 가장 먼 곳에 있어야 한다면, 웃기잖아요. 막상 신은 하늘에서 아프고 힘든 이 세상에 내려와 아프고 힘든 이와 더불어 우리가 되었는데, 종교는 이 세상을 떠나 화려한 것 먼 곳으로 떠나가니 말입니다. 


체계의 종교가 가진 한계일지도 모릅니다. 나쁜 짓은 나쁜 짓이란 걸 배워 알지만 나쁜 짓을 하며 삽니다. 종교에서 이런저런 좋은 걸 배워도 종교 자신도 그러지 못하고 신자도 그러지 못합니다. 그냥 교리 문답을 위한 교리라고 해야 할까요. 


피정을 다녀와 좋은 시간을 보냈다면서 이어지는 소리는 나쁘고 독한 말입니다. 기도원에서 좋은 시간 보냈다면서 이어지는 소리는 역시나 이기의 소리이지 이타의 소리는 없습니다. 불경을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데 나눔의 무소유는 없고 독한 아집으로 살아갑니다. 


종교가 소멸되어 가는 시대라고 합니다. 과거 많은 이들이 어느 종교든 종교를 가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종교는 더 줄어 들 겁니다. 그리고 그 잘못은 세속화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종교가 세속에 힘들고 아프게 사는 우리를 떠났거나 뜻을 품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씀


[대구에서 온라인/오프라인 독서와 철학 그리고 모두를 위한 신학을 궁리하고 나누며 살아갑니다. 함께 공부하실 분은 편히 연락주세요. summalogicae@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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