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칠의 에크하르트 읽기
진정 무엇이 우리의 본질과 바탕을 좋게 만드는가?
에크하르트 씀
유대칠 옮김
우리가 하는 행위를 선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본질과 우리의 바탕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선한 것이 되는 까닭은 온전히 하느님을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을 높이는 데 우리의 온 힘을 써야 합니다. 당신이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 그 모두에서 당의 선한 의도와 노력이 온전히 그분을 향하도록 애쓰세요. 진정 우리 모두가 그렇게만 한다면, 여러분이 무엇을 하든 다 잘 됩니다. 당신이 하느님을 붙잡으면 그분은 당신에게 선함을 주실 겁니다. 하느님을 구하면 하느님과 (그분이 주시는) 모든 선함을 한번 다 구할 수 있습니다. 진정 이런 마음으로 돌을 밟는다면, 근심 가득히 오직 자기 자신만 생각하며 주님의 몸을 받는 것보다 더 경건한 행위가 될 겁니다. 하느님을 붙잡은 이는 하느님과 모든 덕을 함께 붙잡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앞서 당신이 그리고 구하던 것이 이젠 당신을 찾아오고, 당신이 사냥하던 것이 이젠 당신을 사냥하고 당신이 도망치던 것이 이젠 당신을 도망칩니다. 왜냐고요? 하느님의 것이 이젠 하느님을 붙들고 살아가는 이에게 붙어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하느님과 상관없는 것과 하느님에게 남으로 있는 이에게서 떨어져 살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유대칠의 풀이
거룩하게 산다는 건 무엇일까요? 그것은 하느님을 붙잡고 살아가는 겁니다. 그러면 하느님을 붙잡고 살아가는 건 어떤 것일까요? 속으로 오직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며, 기도라면서 오직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만 고집부리고, 신앙이라며 오직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아집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한 채, 주님의 몸, 즉 성체(聖體)를 받아 모시는 게 거룩한 것일까요? 매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미사나 예배에 함께 한다면서 그 마음이 오직 자기 욕심으로 가득하다면, 그것이 거룩한 것일까요? 내가 이 만큼 성당과 교회에 봉사하니 나는 이 만큼 많은 걸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생각으로 교회나 성당에서 고개를 들고 자기를 과시하고 다닌다면, 그것이 거룩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우리가 하는 행위를 선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본질과 우리의 바탕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선한 것이 되는 까닭은 온전히 하느님을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을 높이는 데 우리의 온 힘을 써야 합니다.” 즉 우리의 행위는 우리의 본질에 달려있습니다. 우리 행위가 아무리 거룩해 보여도 우리 본질이 아집(我執)으로 가득하다면 그 행위의 거룩함은 거짓일 뿐입니다. 참으로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선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 자신이 오직 ‘나’의 이득으로 살 게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향하여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경계가 없습니다. 아프고 힘든 자,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도, 그럼에도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랑입니다. 너의 아픔이 곧 나의 아픔이라며 다가가 더불어 있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그 사랑이 우리 영혼을 가득 채울 때 우린 거룩해집니다. 그런 거룩한 행위로 살아간다면, 아니 이루어지는 게 없습니다. 비록 그것이 ‘나’에겐 그리 좋지 않아도 결국 모두에게 선한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나의 좋음이 아니라 모두의 좋음, 홀로 좋음이 아니라, 더불어 좋음을 위해 살아갈 때, 우린 하느님을 붙잡고 살아가는 이가 됩니다. 그리고 그때 “하느님의 것이 이젠 하느님을 붙들고 살아가는 이에게 붙어 있”게 됩니다. 그러니 너무나 당연히 거룩하게 되는 겁니다. 우리의 본질이 말입니다. 우리의 본질이 거룩하다면 우리의 행위가 거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과 상관없는 것”과 멀어지세요. 즉, 홀로 잘 혹은 홀로 좋아지려 애쓰지 마세요. 그런 이기심을 돌아보고 돌아보며, 도려내고 또 도려내세요. 내편, 우리 편, 이렇게 무리를 지어 자기 이득과 자기 아집으로 살아가기보다, 사랑 앞에 그 모든 것을 무너뜨리세요. 그리고 아프고 힘든 이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 다가가세요.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애써보세요. 그때 당신은 그 걸음만큼 당신이 그토록 구하던 하느님의 사랑이 이젠 당신을 찾아 당신과 하나 되어 있음을 느끼게 될 겁니다.
유대칠 옮기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