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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an 18. 2024

결정(決定): 아직 이 괴로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유대칠의 낱말 

결정(決定)

: 우린 아직 이 괴로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발심(發心)이 참 어렵다. 나는 이 욕심과 아집에서 벗어나 살겠다고 마음먹기가 참 힘들다. 다들 욕심대로 사는 세상에서 나도 그냥 욕심대로 사는 게 가장 편하게 사는 거란 나름의 이유 속에서 그냥 남처럼 산다. 내가 변한다고 해도 변하지 않을 세상이니 그냥 나도 욕심대로 산다. 손해 보지 않기 위해 말이다. 이런 마음으로 사는 발심이 참 어렵다.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마음먹고 다른 삶을 살겠다는 종교인도 한걸음 떨어져 보면 하나 같이 욕심쟁이다. 크고 웅장한 건물 올리고 화려한 옷을 입고선 청빈과 가난을 이야기한다. 자신은 거룩하니 그 거룩함을 위해 치장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청빈이나 가난이란 말이 참 서글프다.     


결정(決定)이란 말은 확실히 이해하였다(勝解)는 마음의 일이다. 제대로 알아들었다는 말이다. 확실히 이해했다면, 그 이해한 대로 살지 않을 수 없다. 그 삶이 더 나은 삶이란 걸 정말 제대로 이해했다면 말이다. 결정(決定)의 한문은 터질 ‘결(決)’에 정할 ‘정(定)’이다. 욕심과 아집으로 가득 차 괴로운 나, 그 욕심과 아집으로 가득한 나란 존재의 막힘을 터뜨려 비우게 하고 그 비워짐으로 나를 잡아두는 것, 어쩌면 결정이란 바로 그런 거다. 빈자리를 빈자리로 두는 것, 그것이 참 결정이다. 우린 아직 우리의 괴로움이 우리의 욕심과 아집 때문임을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비우면 불안하고 뒤처진 건 아닐까 초조하다. 그러니 아직 우린 발심에 이르지 못한 거다. 제대로 결정해야 한다.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알게 될 거다. 욕심과 아집 가득한 자리를 비우는 게 깨우침의 길이고 그 빈자리를 유지하는 게 참된 해탈의 길임을 말이다. 


유대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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