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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Feb 22. 2024

성모송, 라틴어로 읽고 삶으로 기도하기 1

유대칠의 기도 읽기 

성모송

Ave Maria

(아베 마리아)     


Ave, Maria, gratia plena.

(아베 마리아, 그라치아 플레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기뻐하소서! 마리아님! 은총 가득한 분,     

Dominus tecum,

(도미누스 테쿰)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주님께서 당신과 함께 계시니,     

benedicta tu in mulieribus,

(베네딕타 투 인 물례리부스) 

여인 중에 복되시며

당신께서는 여인 가운데 복되시고     

et benedictus fructus ventris tui Jesus.

(엣 베네딕투스 프룩투스 벤트리스 투이 예수스)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그리고 당신의 태중 과실 예수님 또한 복되십시다.     

Sancta Maria, Mater Dei,

(상타 마리아, 마테르 데이)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성모님이여! 하느님의 어머님이여!     

ora pro nobis peccatoribus,

(오라 프로 노비스 펙카토리부스)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우리 죄인을 위하여 기도해 주소서!     

nunc et in hora mortis nostrae. Amen.

(눙 엣 인 오라 모르치스 노스트레. 아멘.)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지금 그리고 우리 죽음의 날에. 아멘.     


‘성모송’은 성당 다니는 분이라면 누구에게나 역시 매우 익숙할 겁니다. 전체를 보면, 성모 마리아께 우리를 위해 기도를 청하는 내용입니다. 성모 마리아께 기도를 청하기 위해 우린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굳이 성모 마리아가 아니라, 누구든 나를 위해 우리 함께 애써 달라 청할 때는 나 역시 그 청함에 부끄럽지 않아야 합니다. 스스로 아무 노력 없이 그저 나를 위해 애써 달라 청하는 건 참으로 부끄러움 모르는 일이기에 말입니다. ‘성모송’ 역시 그러합니다.      


‘성모송’을 라틴어로 Ave Maria(아베 마리아)라고 합니다. 이 두 낱말로 라틴어 ‘성모송’이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말은 인사말입니다. Ave(아베)란 라틴어 인사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성모 마리아께 그냥 바로 용건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인사말로 시작하는 겁니다. 쉽게 생각하면 ‘안녕하세요. 마리아님’처럼 편하게 생각하셔도 됩니다. 우리 일상도 그러하죠. 그냥 찾아가 우리를 위해 애써 달라 용건만 전하고 나오는 건 예의가 아닙니다. 인사를 하고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인사로 시작하는 겁니다.  

    

우리의 인사를 받으신 성모 마리아께선 은총이 가득하신 분이십니다. 약혼자 요셉과 혼인을 준비하던 때 청사 가브리엘의 방문을 맞게 되십니다. 그때 가브리엘은 마리아께 ‘은총이 가득한 분’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성령으로 인하여 모두를 위한 메시아로 약속된 이가 그의 태중에 잉태되어 태어날 것이라 알려 주었습니다. 동정녀 마리아의 삶을 알려준 것입니다. 그때 그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그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길 바랍니다”라며 스스로 그 길 따릅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예수를 품으시고 어머니의 사랑으로 예수를 키우시고 십자가의 아들을 바라본 그런 분이십니다. 개인의 삶을 그저 객관적으로만 바라보면 참으로 힘들고 아픈 삶입니다. 하지만 이런 그분의 삶은 강요된 삶이 아닙니다. “저에게 이루어지길 바랍니다”라며 스스로 따른 길이기에 말입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의 삶은 스스로 노력 없이 스스로 결단 없이 그저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힘겨운 길이지만 그 길을 통하여 자기 자신에겐 조금도 눈에 보이는 좋음이 없는 길이지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아야 하는 것의 참된 가치를 따라 나아가는 이의 삶이라 하겠습니다. 그것이 은총이 가득한 이의 삶입니다. 아직 어려서 그런 뜻을 받을 수 없다 거절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화려한 삶을 주시면 그 삶을 수용하겠다 거래하지 않고, 원하시는 삶이 저에게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살아가는 삶, 그렇게 하느님의 뜻과 자기 뜻이 둘이 아닌 온전히 하나를 이루는 삶, 바로 이런 삶이 은총이 가득한 이의 삶이란 말입니다. 그러니 이를 알고 가브리엘이 그를 그렇게 불렀고 우리 역시 그분에게 인사하며 우리 역시 그렇게 은총이 가득한 이의 삶을 살겠다 돌아보며 다시 그에게 ‘은총이 가득한 이’이라 부르는 것이 아닐까요.     


라틴어로 읽어봅시다.     


Ave, Maria, gratia plena.

(아베 마리아, 그라치아 플레나) 

기뻐하소서! 마리아님! 은총 가득한 분,     


Ave는 ‘잘 지내세요’라는 뜻의 동사 aveō의 명령법 현재 능동 2인칭 단수입니다. 2인칭 동사이기에 주어는 ‘당신’입니다. Maria는 성모님의 이름입니다. 원래 이름은 아람어입니다. 마리아도 예수도 원래는 아람어를 사용하신 분이시니까요. 그 이름은 ‘마리얌(ܡܪܝܡ)’ 혹은 ‘마리암(Μαριάμ)’입니다. 그런데 신약성서의 헬라어인 코이네 헬라어에선 이 이름을 ‘마리아(Μαρία)’라고 표기하게 되었고 이후 라틴어에서도 그렇게 적고 있습니다. 문법적으로는 여성 명사이고 호격입니다. 호격은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부를 때 사용하는 문법격입니다. gratia는 ‘은총’ 혹은 ‘은혜’라는 뜻의 여성 명사 grātia의 단수 주격입니다. plena는 ‘채워진’ 혹은 ‘가득하게 찬’이란 뜻의 1/2변화 형용사 plēnus의 여성 단수 탈격입니다.     


다시 한번 성모 마리아께 인사를 드려봅시다.      


Ave, Maria, gratia plena.

(아베 마리아, 그라치아 플레나) 

기뻐하소서! 마리아님! 은총 가득한 분,


유대칠 옮기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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