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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Mar 27. 2024

'토마스에 따른 복음(도마복음)' 묵상2: 찾으며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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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에 따른 복음

Ⲉⲩⲁⲅⲅⲉⲗⲓⲟⲛ ⲕⲁⲧⲁ Ⲑⲱⲙⲁⲥ

Εαγγέλιον τὸ κατὰ Θωμ

Evangelium secundum Thomam     


유대칠 옮김     


2. 예수는 말했습니다. “구하는(ϢⲒⲚⲈ사람은 찾을(ϬⲒⲚⲈ때까지(ϢⲀⲚⲦⲈ.Ϥ구하기(ϢⲒⲚⲈ)를 멈추지(ⲖⲞ마세요그가 찾는다면(ϬⲒⲚⲈ), 당황할 겁니다(ϢⲦⲢ̅ⲦⲢ). 그리고 당황한다면(ϢⲦⲞⲢⲦⲢ), 놀라고(ϢⲠⲎⲢⲈ모든 것(ⲦⲎⲢ)을 다스리는 왕(Ⲣ̅ⲢⲞ노릇을 할 겁니다.”

ⲠⲈϪⲈ Ⲓ̅Ⲥ̅ (ϪⲈ) ⲘⲚ̅.ⲦⲢⲈ.Ϥ. ⲖⲞ Ⲛ̅ϬⲒ ⲠⲈⲦ.ϢⲒⲚⲈ Ⲉ.Ϥ.ϢⲒⲚⲈ ϢⲀⲚⲦⲈ.Ϥ. ϬⲒⲚⲈ ⲀⲨⲰ ϨⲞⲦⲀⲚ Ⲉ.Ϥ.ϢⲀⲚ.ϬⲒⲚⲈ Ϥ.ⲚⲀ. ϢⲦⲢ̅ⲦⲢ̅ ⲀⲨⲰ Ⲉ.Ϥ.ϢⲀⲚ.ϢⲦⲞⲢⲦⲢ̅ Ϥ.ⲚⲀ.Ⲣ̅. ϢⲠⲎⲢⲈ ⲀⲨⲰ Ϥ.ⲚⲀ.Ⲣ̅. Ⲣ̅ⲢⲞ ⲈϪⲘ̅ Ⲡ.ⲦⲎⲢ.Ϥ     


묵상     


예수가 우리에게 말하는 사람은 ‘믿는 사람’이 아니라, ‘구하는 사람’입니다. ‘찾는 사람’입니다. ‘믿는 사람’은 이미 믿기에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믿는 이들은 이미 찾은 사람이고, 자신이 찾은 것을 두고 확신의 정도를 따질 뿐입니다. 그러나 지금 살아있는 예수가 우리에게 말하는 건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찾기’를 멈추지 말라는 겁니다. 그리고 찾게 된다면, 우린 당황하고 놀라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당황하고 놀랐는데, 이상하게도 왕 노릇 하게 된다고 합니다.      


‘믿는 이’는 누군가가 믿으라는 것을 믿습니다. 그것이 나의 삶에 큰 의미를 차지하지 않아도, 믿으라니 믿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으로 자신은 구원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구원을 얻은 사람이니 자신은 다른 이들보다 더 나은 이라고 오만에 쉽게 빠집니다. 그러니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는 ‘믿는 이’들이 신앙을 가지지 않은 이보다 더 오만에 빠져 살아가는 걸 쉽게 봅니다. 그리고 ‘믿는 이’는 자신에게 믿어야 할 것을 전해준 이의 아래에서 그를 통해 신을 향하게 됩니다. 그가 신부이건 목사이건 누구이건 그렇게 신을 직접 만나지 못하고 신에 관하여 믿어야 할 것을 전해주는 이의 말을 믿고 살아갑니다. 어찌 보면 신이 아니라, 신을 대리한 이의 말을 믿으며 삽니다. 그것도 아주 오만하게 말이죠. 그러니 이단에 빠진 이들은 쉽게 나오지 못합니다. 자신이 더 정확하게 믿어야 할 것을 믿고 있으며, 자신의 믿음으로 자신이 남보다 더 우월하다는 확신에 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 이단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굳이 이단이라 불리는 종교가 아니라도 많은 종교가 이러합니다.     


‘믿는 이’는 믿어야 할 것을 전해준 이의 말을 따라 자기 자신이 그의 눈이 되어 자신을 감시하며 참회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게 아니라, 그의 눈이 되어 자신을 봅니다. 그리고 ‘믿는 이’는 자기 눈을 가지고 자신을 보는 걸 두려워합니다. 자기의 눈은 욕심의 눈이며 아집의 눈이기에 자신에게 믿어야 할 것을 전해준 이의 눈이 되어, 자신을 보아야 한다고 믿는 거죠.      


그런데 지금 ‘살아있는 예수’는 ‘믿음’이 아니라 ‘찾음’을 이야기합니다. 내가 어떤 존재이고 내가 어찌 살아야 하는지 믿어야 할 것을 전해주는 이의 말에 수동적으로 고개 숙이며, 그것을 받아 들고는 오만한 삶을 살지 말고, 스스로 찾아 나서라고 합니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찾아 나서고 멈추지 말라고 합니다. 믿으라는 게 아니라, 찾으라는 건 우리는 계속 불안하게 합니다. 이 길이 맞는 길인지 불안하게 합니다. 그리고 걱정하게 합니다. 그러나 불안과 걱정 속에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더 진지하게 다가가 우리 자신을 묻습니다. 우리 자신을 더 치열하게 찾습니다. 아무리 찾고 찾아도 살아있는 우리 삶의 역동성은 쉼 없이 우리를 변화시키기에 알아도 변하고 또 알아도 변하며 우리를 이끌고 갈 것이고, 우리는 쉼 없이 궁리하게 될 겁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어찌 살아야 하는지 쉼 없이 궁리하게 할 겁니다. ‘찾는 이’는 믿으라는 것을 제시하고 그 믿음의 대상을 아무도 없는 곳에 숨어들어 조용히 관상하는 게 아니라,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합니다. 궁리하게 하고 걱정하게 하고 염려하게 하고 불안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내가 되어 갑니다. 찾는 나의 애씀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내가 나를 조금씩 일구면, 어느 순간, 나를 나로 있게 하는 나의 참됨이 나의 밖이 아니라, 나의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내 밖 무엇을 믿는 게 아니라, 내 안 찾음으로 나는 온전히 나로 진화해 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당황스러울 겁니다. 내가 믿어야 할 그 무엇이 내 안에 내 찾음으로써 다가갈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에 말입니다. 놀라게 될 겁니다. 그리고 나의 참모습을 깨우치면 우린 세상의 이런저런 흔들림에도 흔들리지 않는 존재가 될 겁니다. 적어도 남의 왕은 아니라도, 그런 헛욕심도 없어지겠지만, 헛된 것에 흔들리지 않는 온전히 나의 삶을 스스로 일구는 내 삶의 왕은 되겠지요. 


유대칠 옮기고 묵상하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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