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냥

안아줍니다. 그 따스함은 나에게도 다가오기에...

2020 12 23

by 유대칠 자까

"예수의 삶은 처음부터 낮고 아픈 이들과 더불어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는 출산의 자리를 찾아 힘겹게 다니는 가난한 부부에게 작은 자리 하나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유대칠, <복음이 전하는 더불어 삶의 행복>, 9쪽)


성탄이 다가옵니다. 2020년 올해 성탄은 코로나 19로 인하여 조용히 다가올 모양입니다. 화려한 음악과 조명이 그리 심하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병으로 죽어가는 이들의 '아픔'이 들리고 병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의 '힘겨움'이 들리며 전파되고 있는 병의 '아쉬움'도 들립니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차갑습니다. 며칠 전 길을 걷다 마주한 구세군 납비에 작은 마음을 더했습니다. 저는 구세군 납비를 보면 부끄러울 만큼 작아도 그냥 지나치진 않았습니다. 혹시나 누군가에게 빵 한 조각이라도 되면 그것도 나와 그, 우리 모두의 행복이라 생각해서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도 차가운 모양입니다. 사람의 수가 줄어서 그런 것이겠지요. 걱정입니다. 연탄으로 이 추운 겨울, 병이 나도는 겨울을 보내는 이들은 어찌해야 할까 걱정입니다. 저도 고민 고민하다 컵라면이라도 믿을 수 있는 곳에 보내려 합니다. 부끄러운 정성에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그렇게라도 말을 하는 것은 모두 그러자는 마음에서 입니다.

성탄이라면 출산을 위해 자리를 찾는 부부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출산의 앞두고 있을 때 그 산통이 얼마나 심했을까요. 말로 담아내기 힘든 산통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 마리아께선 소녀의 나이입니다. 얼마나 아프고 힘드셨을까요. 그런데 우리는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겨우 그들에게 주어진 자리는 사람을 들을 위해 일하고 사람들을 위해 살다 사람들의 음식이 되어 죽는 가축들의 공간, 마구간이었습니다.

나를 돌아봅니다. 나에게 출산의 자리를 찾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내어줄 자리는 있는가? 어쩌면 그 자리를 통해 예수는 나의 삶으로 나에게 다가오실지 모릅니다. 나를 돌아봅니다. 나에게 그런 자리는 있는지 말입니다.


"나만의 아버지도 아닙니다. 너만의 아버지도 아닙니다. 우리의 아버지입니다. 우리와 더불어 있으신 그런 아버지이십니다. 전체의 아버지란 말입니다."(유대칠, <복음이 전하는 더불어 삶의 행복>, 20쪽)


말은 참 쉽습니다. 하느님이 아버지, 우리 아버지... 그런데 정말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와 너의 아버지도 아닌 모두의 아버지, 전체의 아버지이십니다. 그렇다면 가난하고 힘든 이도 부유하고 힘센 이도 결국은 서로가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 애써야 할 하느님 품 안에서 한 가족입니다. 가진 힘으로 없는 이의 차가움을 따스함으로 채울 수 있다면 그것도 큰 행복입니다.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된다면, 정말 단단한 우리가 된 것이겠지요. 그렇게 서로에게 더불어 있다면 하느님은 바로 그 자리에 이미 더불어 있으실 것입니다.

출산의 자리를 찾아다니는 이에게 기꺼이 더불어 있어 자리를 내어준다면, 이미 그 자리엔 하느님이 더불어 함께 하실 것이고, 바로 그 비워짐의 자리로 예수께선 우리에겐 다가와 우리와 더불어 있어 주실 것입니다.


곧 성탄입니다. 흩어져야 서로를 위하는 참된 더불어 있음이 가능한 요즘입니다. 흩어져 있다고 서로의 체온이 느껴지지 못하게 하지 맙시다. 따스하게 안아줍시다. 그 따스함은 그에게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다가오는 것이기에 말입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0 12 23


[유대칠, <복음이 전하는 더불어 삶의 행복>, 2020은 부크크 서점 사이트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ㅎ ]

택배박스 예수님 20201103_002239.jpg 택배박스로 만든 십자고상


[오캄연구소의 길이 홀로 감이 아닌 더불어감이 되도록 후원해주실 분들은 카카오 뱅크 3333-16-5216149 (유대칠) 혹은 국민은행 96677343443 (유대칠)로 함께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대구에서 '교부 문헌 강좌'와 '더불어 신학' 그리고 철학 강좌를 준비합니다. 함께 하실 분들은 summalogicae@kakao.com으로 문의해 주시면 됩니다. 서로에게 고마운 만남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유대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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