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냥

천국

일간 유대칠 2021 01 27

by 유대칠 자까

천국에 가기 위해 신앙을 시작하면 현실은 천국을 향하여 나아가는 여정에 마주하는 참아야 하는 공간이다. 참으면 된다. 참고 참으면 그 마지막에 천국에 이르게 된다. 죽음 이후에 말이다. 그런데 어찌 보면 그런 신앙이란 참으로 이기적이다. 종종 바로 옆에 사람이 죽어가도 그냥 가던 길을 간다. 때론 천국에 갈 수 있는 길을 알고 있다는 나름의 자부심에 교만한 모습을 보이며 남을 무시하기도 한다. 너희 종교는 이단이고 너희 종교는 거짓이고, 너희 철학은 쓸모없고, 너희 삶은 지옥 가는 길이고... 등등등... 이 현실에서 힘겨운 이들, 혹은 자격지심에 힘든 이들은 그 말에 우쭐해지기도 한다. 왠지 그 길을 가는 선택받은 사람이란 생각에 말이다. 남들이 죽든 말든 그냥 그 길을 간다. 혹시나 자신과 같은 길을 가겠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천국을 가기 위한 신앙보다 천국을 이루는 신앙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지금 여기에서 천국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면 더 큰 힘겨움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냥 눈 감고 지나가면 될 일에 분노하며 다투기도 해야 한다. 부조리한 것과 싸워야 한다. 아프고 힘든 이들의 삶, 그 삶의 아픔을 그냥 둘 순 없다. 천국은 그런 곳이 아니니 말이다. 아픔의 자리에서 더불어 있으며, 우리 가운데 너의 웃음에서 나의 웃음을 마주하는 곳이 천국이 아닌가 말이다. 나의 자유를 위하여 너의 불편을 참으라는 곳이 어디 천국이겠는가. 나의 자유로 조금은 뒤로 가도 그의 삶이 조금 더 편하기를 서로 바라는 마음이 천국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말이다. 서로 무엇을 더 가질까 하는 욕심에 다투기보다는 없는 이의 아픔이 먼저 생각나는 곳이 천국이 아닐까 말이다.

그런데 그런 세상은 쉽지 않다. 차라리 적당한 이기심으로 살라거나 천국 가는 시민으로 선택되었다는 우쭐함에 세상 아픔 보기 말고 살라 하는 것이 더 편하다. 당연히 말이다. 천국을 이 땅에 이루고 살긴 정말 힘들다. 스스로 자기 내어줌을 해야 하니 말이다. 자기 내어줌의 자리가 천국의 자리이고 그 자기 내어줌으로 더불어 있는 우리의 자리가 천국의 자리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마귀들과 싸우자며 나와 다른 생각과 종교 그리고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무시하고 멸시하며 조롱하는 곳이 아니라, 아픔을 안아주고 한 남이 아닌 우리가 되어 살아가는 곳, 그곳을 이곳에 이룬다는 것,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라 신앙이 필요하고,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라 이성이 필요한 일이다.

요즘 몇몇 종교의 이기적인 모습들을 보면 서글픈 생각이 든다. 천국 가겠다는 이들이 이 세상 아픔의 이유가 되고 있다. 과연 이 세상 아픔의 이유가 되는 이들 신은 좋아라 할까... 신은 남들이 죽든 말든 홀로 천국 가겠다는 이들의 그 홀로 있음의 신앙을 좋아할까... 다시 신앙이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시기라는 생각을 한다. 다시...


유대칠

2021 0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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