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유대칠 2021 02 15
요즘 나는 너무 바쁘다. 마무리해야 하는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당장 마무리해야 하는 글들이 여럿이고, 보고해야 하는 것도 여럿이다. 거기에 이사와 관련된 준비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서류 하나를 발급받으면서 전화로는 다른 일을 처리하고, 또 다른 서류를 제출하려 가는 길에 전화로는 또 다른 서류 신청을 한다. 그나마 세상의 이런저런 어려운 일들을 전화로 해결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마무리해야 하는 글을 본다. 오늘 마무리해야 하는 쪽수는 대략 50여 쪽이다. 주어진 시간은 2-3시간이다. 머리가 띵하다. 이 가운데 몇몇은 아직도 마무리되지 못하고 내일로 미루어지고 당장 급한 몇몇만 대충 마무리하고 지금에 이른다.
새벽이면 조용한 가운데 오늘 낮에 한 시간 만에 읽어버린 어느 책을 두고 정리하는 글을 적어야 한다. 그 일이 미루어질까 마음으로 불안하다. 철학 노동자의 노동은 대체로 새벽이다. 아주 한가하면 낮엔 독서를 한다. 새벽 철학 노동을 위해 낮 시간의 독서는 필수다. 오늘 읽고 싫었던 두 편의 논문은 읽지 못했다. 오늘따라 유독 집중하지 못했다. 외국어 논문이라 더 집중해야 하는데 오늘 그러지 못했다. 차라리 한국어 글을 읽는데... 힘들게 읽고자 한 책의 반을 읽은 것이 전부다.
이렇게 살아도 사람들은 나를 논다고 생각한다. 하는 일 없이 노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억울하다. 정말 억울하다. 나의 열심은 그렇게 무시를 당한다. 아마 나의 열심이 돈이 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돈이 되지 않으니 나의 열심은 필요 없단 식이다. 나의 열심이 필요 없다는 이들은 나의 지금 있는 모습도 쉽지 무시한다. 나름 열심인 나의 있음이 그저 가벼운 먼지와 같다고 생각한다. 억울하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나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산다. 나를 무시하는 이들은 이젠 일상이 되어 있다. 나를 향한 무시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무시한다. 무시하지 말라 하면 무시한 적 없다 하며 무시한다. 그래서 이젠 큰 기대 없이 그냥 무시를 당하는 편이다. 나의 책도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무시를 당하고 나의 노력도 교수도 아니고 인기 강사가 아니라 무시를 당하고 그냥 그렇게 산다.
그런데 어쩌면 나만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자신의 열심이 무시받지만 포기하면서 말이다. 서로가 서로의 열심을 응원하는 세상이 오면 좋겠는데, 쉽지 않다. 나라도 그렇게 살아야지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 나는 고맙다는 말도 응원한다는 말도 나의 일상에선 멀기만 한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 나와 더불어 있어준 이들의 응원, 그 응원에 큰 힘을 낸다. 그 힘으로 나는 다시 산다. 무시에 조금은 웃으며 살아갈 힘을 얻은 듯하다. 다행히도...
유대칠
2021 0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