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승의 도덕경 읽기 2022년 1월 5일
4장
도란 비워져 있지만 써도 써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심연과 같이 깊어 모든 것의 근원과 같습니다. 날카로운 것을 무디게 하고, 얽힌 것을 풀어 버리고, 빛을 부드럽게 하며 티끌과 하나가 되어버립니다. 깊고 고요합니다. 무엇인가 있는 듯 하지만 누구의 자식인지를 알 수 없습니다. 하느님보다 앞서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四. 道沖, 而用之或不盈, 淵兮! 似萬物之宗,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湛兮! 似或存, 吾不知誰之子, 象帝之先.
사. 도충, 이용지혹불영, 연혜! 사만물지종. 좌기예, 해기분, 화기광, 동기진.심혜! 사혹존, 오부지수지자, 상제지선.
풀이: 비워져 있다는 말은 무엇일까요? 비워져 있다는 말은 현실적으로 무엇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은 없지만 가능성으로 무엇이 될 것은 가득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현실적인 무엇으로 사물화 되어 있는 것으로 아는 이들에겐 보이지 않습니다. 구체화되어 소유하려는 이들에게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기운, 그 가능성의 역동성을 보는 이에겐 보입니다. 너무나 풍성한 그 엄청남을 보기 때문입니다. 구체화되어 무엇으로 있는 것은 가져다 쓰고 쓰면 사라입니다. 없어집니다. 그러나 가능성의 기운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엇이라도 될 무규정의 기운은 그 자체로 구체화되어 손에 잡히는 것도 누군가의 소유물이 되는 것이 아니기에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것이 우주 만물의 근원입니다. 우리의 시작도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원래 아무것도 아닌 기운 덩어리일 뿐이었습니다. 그 기운이 무엇으로 구체화됩니다. 그렇게 구체화되면 어느 순간 자기의 무엇임이 자기의 정체성이 되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아집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렇게 우주의 이치, 그 기운으로부터 멀어져 버립니다. 아집으로 가득하면 날카로움은 더 날카로워져서 가까이 누구라도 다가오면 공격할 준비를 합니다. 얽힌 인연은 다툼의 자리가 됩니다. 그러나 자기 원래 모습, 사실 아무것도 아님이 자신을 깨우치면 그 다툼도 풀립니다. 그리 자유롭게 된 우리 빛이 도의 그 비워져 있음과 하나가 되면, 우린 보이지도 않을 아무것도 아닌 티끌, 먼지와 같은 존재가 됩니다. 그런데 이것은 슬픈 것이 아니라, 우주 가운데 우리 각자의 본래 모습을 깨우치고 돌아가 도와 하나 되어짐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우주의 이치, 비워져 있는 도에서 멀어지면 우린 우리가 큰 바위라도 되는 듯이 삽니다. 그런데 사실 우린 우주 가운데 작디작은 먼지입니다. 우주의 이치, 그 도는 아무것도 없이 있는 것이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하는 것입니다. 그 거대한 기운은 그와 같습니다. 그 기운은 하느님보다 앞서 있던 것이며, 우리가 할 일은 바로 그 기운과 하나 되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무엇으로 아집 속에 살 생각에서 벗어나 참 자유 속에 티끌이 되는 것입니다.
2022년 1월 5일
유지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