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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an 13. 2022

텅 비어 있어 봅시다. 난 희망의 자리가 됩니다.

유지승의 도덕경 읽기 2022년 1월 13일




5장

하늘과 땅은 정다운 이가 아니라서 세상 만물을 지푸라기로 만든 강아지로 여기며 다룹니다. 성인 역시나 정다운 이가 아니라서 민중을 지푸라기로 만든 강아지로 여기며 다룹니다. 하늘과 땅 사이 풀무와 같아서 비워져 있지만 그 힘은 끝이 없고 움직일수록 더욱더 큰 힘을 냅니다. 말이 많으면 그 비워져 있음을 막아 버리니 말없이 가만히 있는 것 만 못합니다.  


五.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天地之間, 其猶橐籥乎! 虛而不屈, 動而愈出, 多言數窮, 不如守中.

오. 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 성인불인, 이백성위추구. 천지지간, 기유탁약호, 허이불굴, 동이유출. 다언삭궁, 불여수중.


풀이: ‘풀무’는 속이 텅 비어 있을 때 힘을 냅니다. 그 바람이 불을 크게 일으키고 쇠를 녹이는 위해 풀무는 텅 비어 있어야 합니다. 그 빔이 곧 힘입니다. 사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대단한 것으로 여깁니다. 이것으로 채워져 있고 저것으로 채워진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이 쌓이고 쌓이면 점점 자신에 대한 대단함은 놓아져 간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 아주 많이 똑똑해지면 자신이 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 아주 강한 힘을 가지게 되고 명예를 얻게 되면 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사실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런데 사실 우린 우주의 편에서 생각하면 먼지의 먼지입니다. 우주의 편에서 생각하면 더 대단한 태양도 대단하지 않으며, 지구는 먼지의 먼지입니다. 그리고 그 먼지 가운데 이런저런 욕심으로 서로 싸우는 우리는 더 작고 별 것 없는 먼지의 먼지입니다. 하늘과 땅, 즉 우주의 편에서 우리를 보면 그렇습니다. 스스로 깨우쳤다는 이의 편에서 우리를 보아도 우린 그런 존재입니다. 그렇게 작고 작은 별 것 아닌 우리가 우리를 무엇을 가득히 채우고 대단하다 우기고 삽니다. 참 웃긴 일이죠. 

우주의 본모습은 무엇으로 가득히 채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먼지의 먼지로 있는 우리는 비우고 텅 비어 있는 것이 사실 본모습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비우고 비우고 살아가면 우리는 풀무와 같이 제대로 힘을 냅니다. 이제 쓸데없어 버릴 고물 죄를 녹여 새것으로 만들어내는 힘을 냅니다. 온갖 것들을 자기 안에 품어 새로운 가치로 존재하게 하는 그런 힘을 냅니다. 먼지의 먼지, 지푸라기로 만든 인형 같은 우리는 그렇게 비우고 비울 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희망의 자리가 됩니다. 

오늘도 한번 비우고 비워 봅시다. 텅 비어 있어 봅시다. 그만큼 우린 헌 것을 녹여 새것을 만드는 새 생명의 자리가 되어 있을 겁니다. 


2022년 1월 13일

유지승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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