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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an 06. 2022

유탕(流蕩)

유탕(流蕩)     

이리저리 흔들리며 사는 것이 삶입니다. 한 길로 쭉 간다지만, 그 길에서도 멈추다 가다 또 멈추다 가는 것이 삶입니다. 항상 한 길로만 쭉 가지 않습니다. 그 가던 길이 아니다 싶어 다시 새로운 길을 시작한다고 잘못도 아닙니다. 그냥 다시 시작하여 가는 그 길도 그가 가는 큰길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그렇게 사는 것입니다. 그것이 삶입니다. 실수도 실수가 아닌 것이 삶이고 성공도 성공이 아닌 게 삶입니다. 몇 번씩이나 실패해도 실패가 아닌 것이 삶이란 말입니다. 큰 사업을 하다 작은 사업을 하게 되는 것도 실패가 아니고, 작은 사업을 하나 큰 사업을 하게 되는 것도 성공이 아닌 게 삶입니다. 몇 번 결혼하고 이혼해도 실패도 성공도 아닌 것이 삶입니다. 결국 그 모든 것을 가져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죽으니까요. 죽어서 무엇을 가져갈 수 있나요. 성공도 실패도 가져가지 못합니다. 그냥 그 순간 성공이든 실패든 집착 없이 즐기며 사세요. 그 즐김에도 집착 없이 말입니다. 미련 없이 즐기고 미련 없이 성공하고 미련 없이 실패하며 그냥 그렇게 사세요. 바로 그것이 깨우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차피 사라진 것이 이런저런 남의 기준에 성공이니 실패니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즐김을 따라 심지어 그 즐김에 지배당하지 않으며 살아가다 사라지는 것 말입니다.      

‘유탕(流蕩)’이란 말이 있습니다. 흔들거리며 흘러가 버린다는 의미의 말입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흘러가 버린다는 ‘유산(流散)’이나 여기저기로 달리다 흩어져 사라져 버린다는 ‘치산(馳散)’이란 말로도 쓰입니다. 나쁘게 들리지만 산 우리의 처지입니다. 흔들리며 사는 것이 우리입니다. 여기저기 흩어지며 사는 것이 우리입니다. 평가 말고 그냥 흔들거리며 여기 갔다가 저기 갔다가 하세요. ‘실패’니 ‘성공’이니 남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궁리와 자기 결단으로 흔들린다면 마음껏 흔들리는 것도 좋습니다. 그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이리저리 흔들린다 슬퍼말고 남의 시선에 자기 자신을 남이 되어 평가하며 아파하지 말고, 그냥 흔들리며 사세요. 성공도 실패도 가져가지 못하니 미련 가지지 마시고 흔들거리세요. 그 번뇌(煩惱)의 흔들거림에서 어쩌면 정말 제대로 된 깨우침을 얻게 될지 모릅니다.      

제대로 된 깨우침은 초지일관 성공의 길을 가는 이에게서 얻어질 수 없죠. 실패를 모르고 흔들거림을 모르는 이에게 흔들거리며 살아가는 보통의 우리가 무엇을 배울까요. 항상 실패만 하는 이에게도 우린 배울 것이 없습니다. 항상 실패만 하는데 그에게 무엇을 구할까요. 성공하고 실패하고 웃고 울고 그렇게 흔들거리며 살아가는 이만이 제대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참 깨우침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자신이 우리 자신에게 가장 쓸모 있는 깨우침을 할 사람이란 생각이 듭니다.     

유탕의 삶, 어쩌면 깨우침의 시간을 보내는 삶일지 모릅니다.      

2022년 1월 6일

유대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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