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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an 12. 2022

망어(妄語)

망어(妄語)     

‘거짓’은 남만 속이거나 기만(欺瞞)하진 않는다. 잘 보면 자기 자신도 속인다. 그것이 거짓이다. 잠시, 자신의 거짓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조금 더 많이 얻었다고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거짓도 능력이라 믿게 될 것이다. 그 믿음에 따라, 자신에게 득이 된다면 어떤 망설임도 없이 거짓을 토해낼 것이다. 종교라고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더 실망스럽다. 신(神) 앞에서 거짓을 않겠다는 이들의 거짓이니 말이다. 어느 종교 단체의 비리(非理)를 조금은 가까이서 본 일이 있었다. 부끄러움도 없이 사람들에게 신의 뜻이라며, 신의 일이라며, 너무나 아름다운 선(善)이라며, 온갖 거짓을 토해냈다. 그들에겐 신도 자기 욕심의 수단일 뿐이다. 신조차도 자기 사업의 수단일 뿐이란 말이다. 필요하다면 신조차도 자기 이득을 위한 거짓의 수단일 뿐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들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오히려 당당하다. 자신은 신의 일을 했을 뿐이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어쩌면 자신의 거짓에 자기 자신도 속아 버린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자기가 만든 거짓에 속아 버리는 편이 더 좋을지 모른다. 그 부끄러운 악(惡)을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자기 자신에게 자기 자신이 속아 버림으로 말이다.      

‘거짓’은 남도 속이고 자기 자신도 속인다. 그래서 독한 거짓에 빠지면 그 자체로 남도 죽이고 자기 자신도 죽이는 ‘독(毒)’이 된다. 그런데 불행히도 스스로 독인지 모르는 그러한 독한 독 말이다. 그래서 더 무서운 그런 독 말이다. 남을 이기고 남보다 더 화려해 보이기 위해 ‘거짓’도 실력인 그런 시대가 왔다. ‘독’의 시대가 왔단 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독’이 되는 ‘독’의 시대가 왔단 말이다. 참 서글프다.      

‘망어(妄語)’란 말이 있다. ‘거짓말하는 것’을 두고 부르는 말이다. ‘참된 말’이 아니라 ‘헛된 말’을 두고 부르는 말이다. 아집(我執) 속에서 만들어진 ‘헛된 말’은 마땅히 있어야 할 ‘참’은 비워지고 그 자리에 마땅히 없어야 할 ‘독’이 가득한 말이다. 남을 죽이고 자기 자신도 죽이는 독으로 가득한 말이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세상,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면 거짓도 능력인 세상, 독이 된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닌 세상, 그러고 보면 우리는 참 힘든 세상을 사는 것 같다. 망어의 세상,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나’부터 아집 가득한 거짓으로 우리 모두를 속이며 살지 않으려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2022년 1월 12일

유대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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