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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an 18. 2022

숙업(宿業)

숙업(宿業)     

기억하지도 못하는 수많은 지난 과거들이 나를 이룬다. 기억하지도 못하는 지난 과거들이라 지금도 어쩌면 의식하지 못한다. 참으로 독한 말을 하는 이가 있었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사람이었지만 사랑이나 자비니 이런 것을 듣긴 힘들었다. 하는 말 대부분이 조롱과 무시의 언어였다. 나의 앞에서 나의 욕을 한 것은 아니지만 듣고 있기 참 힘들었다. 절을 열심히 다닌다는 다른 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집(我執) 가득한 말에 독선(獨善)으로 가득한 삶은 사람은 참 힘들게 만들었다. 나도 그럴 수 있다. 나의 말이 누군가에게 아픔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힘겨움이 될 수 있다. 조심하고 조심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은 독(毒)이 되어간다. 남을 아프게 하고 남을 힘들게 하는 독 말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독은 자식은 죽여갈 것이다.      

자신의 힘을 거친 말로 드러내는 이들이 있다. 이 정도는 별것 아니라며 농담처럼 던진 말에 누군가는 매우 아프고 힘들 수 있다. 분위기를 좋게 하려 누군가를 조롱하는 나쁜 언어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이도 있다. 그 웃음이 비웃음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거친 말로 자신의 강인함을 보이고 비웃음으로 분위기를 좋게 만든다는 이들의 그 모습은 충분히 폭력이 될 수 있다.      

‘숙업(宿業)’이라는 말이 있다. 지난 삶의 선한 업(業)과 악한 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내 지금의 힘겨움은 내 과거의 기억도 못 하는 그 악업들, 누군가를 조롱하고 무시하는 언어의 악업이 만든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 일상이 되어 버린 악업이 만든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 상한 씨앗에서 새 생명을 기대하기 어렵듯이 그렇게 악한 지난 업에서 좋음이 이어지기 어렵다.      

지난 내 삶은 이제 어찌하겠는가. 문제는 지금이다. 지금 내 일상 속 악업을 멈추어야 한다. 거친 언어로 아프게 하지 말고 조롱의 언어로 슬프게 하지 말고 비웃음으로 힘겹게 하지 말자. 내 힘겨움을 독한 말로 남에게 풀지 말고 내 분노를 잔인한 말로 남에게 풀지 말자. 어쩌면 일상 속 녹아든 이 모든 악업이 어느 순간 그대의 영혼을 아프게 하는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이 악한 업에서 벗어나자. 그리고 더불어 웃는 말로 서로를 안아주자. 다른 생각, 다른 의지, 다른 종교, 다른 정치관... 이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아프게 하지 말자. 결국 그 모든 악업이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이니 말이다.      

2022년 1월 18일     

유대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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