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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Feb 09. 2022

진짜 가난한 거룩

유지승의 도덕경 읽기 2022년 2월 8일

12장

다섯 가지 갖가지 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다섯 가지 갖가지 음은 사람의 귀를 멀게 하고 다섯 가지 갖가지 맛은 사람의 입을 상하게 합니다. 말을 타고 사냥하는 것은 사람의 정신을 제정신이 아니게 만듭니다. 구하기 어려운 재화는 사람의 행동을 행동을 힘겹게 합니다. 그러니 성인은 보이지 않는 것을 취하고 보이는 것은 취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합니다. 

十二.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馳騁畋獵令人心發狂, 難得之貨令人行妨. 是以聖人爲腹不爲目, 故去彼取此.

십이. 오색영인목맹, 오음영인이롱, 오미령인구상. 치빙전렵영인심발광, 난득지화영인행방. 시이성인위복불위목, 고거피취차.


풀이: 보이는 것이 그저 답이라 생각하고 살아가면 참 편합니다. 성당이든 교회든 절이든 그저 화려하고 크면 제일입니다. 사람이 많이 와서 돈을 많이 내야 하니 주차장 크게 만들고 은행의 현금 출력기 하나 앞에 두면 더 좋습니다. 그저 크고 화려하게 있으면 그것이 광고가 되어 사람들은 더 옵니다. 그러면 더 화려해질 돈이 생기고 사람들이 더 좋아라 하니 더 화려해집니다. 어느 순간 이게 성당인지 교회인지 절인지 잘 모르게 됩니다. 남에게 보이는 것에 집중한 종교는 그렇게 됩니다. 이미 많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돈 많이 벌면 그것이 최고입니다. 돈은 신의 은총이기에 돈 많이 번 이가 간증을 합니다. 신의 축복을 더 많이 받았으니 말입니다. 가난하고 힘든 나라는 그러면 어찌 된 것일까요? 신의 저주를 받은 것일까요? 가난해 죽은 이들은 어찌 되는가요? 그것도 신의 저주를 받은 것일까요? 신을 믿는다지만 사실 눈에 보이는 재산과 권력을 믿는 이들의 모습이 이러합니다. 

대부분 종교는 도대체 돈보다 더 초월한 것을 추구하고 하나 같이 가난을 이야기하는데 우린 언론에서 어렵지 않게 부자 종교인은 봅니다. 화려한 곳에서 화려하게 살면서 가난을 더불어 아파하라 합니다. 당장 차고 있는 금반지라도 내어 놓고 그런 말이라도 하면 좋겠습니다. 많은 종교는 부동산 부자입니다. 땅 욕심이 참 많습니다. 그 땅에 고아원을 세우고 장애인 보호하는 시설을 세우고 학대를 일삼고 돈을 받아가는 것을 보면 종교를 떠나 그냥 사람으로도 못할 일이다 싶은데 목사가 하고 신부와 수녀가 하고 중이 하고 있습니다. 신과 더불어 산다는 이들이, 아집에서 벗어난 이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답답한 일이죠. 

성인, 제대로 뜻을 품고 실천하며 살아가는 이는 그런 눈에 보이는 것으로 살아가지 않습니다. 더 잘 보이기 위해서 애쓰지 않고 더 강하고 더 부유해 보이기 위해 애쓰지 않습니다. 그것으로 가득 차 있으니, 더 강하게 보이고 싶고 더 화려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하니 어디 그곳에 신이 들어설 자리가 있을까요? 가난하고 힘겨운 이들이 들어설 자리는 있을까요?

텅 빈 우리의 참모습을 향하기보다 조금이라도 더 담고 또 더 담을 욕심만 있는 세상, 남을 이기고 더 빨리 달려가 남의 것이라도 더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상, <도덕경> 12장에 담긴 지혜가 더 절실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보이는 화려함의 거룩보다 정말 진짜 가난한, 그런 텅 빈 욕심의 거룩이 절실해 보입니다. 


2022년 2월 8일 

유지승 옮기고 풀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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