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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Feb 21. 2022

발전과 안정은 공존할 수 없다.

발전과 안정은 공존할 수 없다. 사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당연한 말인데 지금까지 나는 이 두 가지 가치를 모두 다 가지고 싶었다. 발전하고 싶으면서도 안정적인 삶을 꿈꿨고 안정적인 루틴을 형성하게 되면 좀이 쑤셔서 참을 수 없었으며 발전 없는 삶을 불안해했다. 그러다 보면 쳇바퀴 굴러가는 일상을 지루해하면서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찾아서 헤매곤 했다. 나는 천천히 걸어가거나 혹은 멈춰서 있는데 내 주변은 모두들 나를 두고 저만치 앞으로 달려 나가 버리는 그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만의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남들 다 달리는 트랙으로 진입해서, 자신 없는 달리기를 시작하곤 했다. 선천적으로 유산소와는 맞지 않는데 꾸역꾸역 숨을 쉬어가며 뛰다 보면 따라잡진 못해도 최소한 타인의 인영을 알아볼 수 있는 정도의 거리는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달리는 이 상태가 싫어서 어떻게든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고 싶었고 계속 쉬고만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짬을 내서 쉬어도 쉬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목마른 상태에서 목만 축이게 되면 더 많은 양의 물을 원하게 되는 것처럼 늘 모자란 휴식에 대한 갈망에 허덕였고 결국에는 내가 뭘 원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다 내팽개치고 무작정 늘어지면서 쉬고 싶다 가다도, 이렇게 게으름 피거나 생산적으로 구동되지 못하는 내 체력을 탓하면서 억지로 일어나서 뭐라도 하려고 두리번거리곤 했다. 휴식을 원하는 건지 일을 원하는 건지 애매모호한 나날들이 이어지면서 제일 피곤해지는 건 결국 나 자신이었다.


경쟁사회에 산다는 것은 그 존재 만으로도 피곤해진다. 아무리 주변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아도 암묵적인 사회 분위기가 그 경쟁을 부추기고 너무 빨리 변화한다면 어쩔 수 없이 내면의 소리와 외면의 소리를 둘 다 들어야 한다. 그간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더 집중하지 않았나. 내 상황의 부정적인 면에 조금 더 치중하지 않았나. 행복은 능동적으로 찾아내고 배워야 하는데 그 노력을 하기보다는 너무나도 쉽게 슬픔과 결핍에 집중하지 않았나. 행복을 찾아내고 느끼는 일은 결핍을 느끼고 찾아내는 것보다 훨씬 어려워서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사람이란 원래 부정적인 것에 한눈이 팔리기 더 쉽기 때문이다. 만족을 모르는 이유도 내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을 언제나 더 열망하기 때문이다. 나태한 것은 천성이라 나태하게 늘어지긴 쉬워도 생산성을 끌어올리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좋은 습관을 만들기는 어려워도 그 습관이 무너지기는 상대적으로 너무나도 쉽다. 안정적인 삶이라는 것도 결국 한 끝 차이다. 안정적으로 느끼는 것은 결국 나의 주관적인 느낌이다. 어떤 게 안정적인 삶이지. 안정은 굉장히 주관적인 감각이고 충족이 쉽지 않다. 누가 봐도 안정적인 환경과 요소를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정작 그 당사자가 만족하지 못하면 그 안정은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안정이라는 감각은 아주 편향적이고 지극히 감각적이다 거기에 안정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과는 다르게 굉장히 불확실한 데다가 그걸 획득하는 것도, 현상 유지도 어려워서 웬만큼 레벨이 높지 않고는 그 감각을 온전히 받아들이거나 느끼기 쉽지 않다.


그러면 나는 무엇을 원하나. 발전인가 안정인가. 사실 나는 안온을 원한다. 하지만 안온한 감각을 온전히 느끼려면 아주 많은 것들이 완성돼야 하는 것도 안다. 현실적인 것들을 쌓아나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도. 삶은 무수히 많은 불확실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는 필연적으로 그 불안한 상태에서 미지의 것에 혹은 내가 안다고 믿었지만 오늘은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그 감각에 도전하며 살아가야 한다. 과도한 애씀은 지양해야 하지만 우리의 삶의 형태가 본래 이렇다면 발전과 도전을 우선으로 두고 지향하며 사는 게 모순적이지만 안정과 안온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인지도 모르겠다. 애쓰지 말 것, 너무 힘쓰지 말 것 그러나 끊임없이 도전하고 부딪혀볼 것, 스스로에 대한 의문과 탐구를 멈추지 말 것, 언제나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또 될 수 있지만 그것들이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둘 것, 일과 휴식을 적절히 병행할 것, 생각을 많이 하는 대신 몸을 움직일 것. 매일 주문처럼 되뇌는 문장들을 다시금 떠올리며 하나를 추가해본다. 발전과 안정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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