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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Mar 11. 2022

내 인생은 나의 것

가끔 우리의 삶은 너무나 많은 의무와 속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한국 사회는 한층 더 경직되어 있어서 이 나이쯤엔 뭘 해야 하고 이 정도 자산은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 직급에, 이 정도의 수준으로 살아야 한다는 기준이 꽤 확고하다. 지금은 많이 옅어졌다고 하더라도 묘하게 정상적이고도 평범한 것에 대한 기준이 뚜렷하게 남아 있어서 그것에 반하거나 거스르는 흐름을 보인다면 나를 보는 시선이 아주 싸늘해진다. 어떻게 보면 아주 넓은 틀이자 정도라고 믿는 그 길 안에 갇혀서 끝도 보이지 않는 어딘가의 목적지를 향해 남들과 함께 발맞춰 걷는 느낌. 도중에 이탈하려고 하거나 뒤쳐지면 안 된다. 그래서 아주 숨 가빠진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 흐름에 맞추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이란 또 이루 말할 수 없이 미묘하다. 아주 열정적이고 참신함으로 무장한 채 회사 생활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기계적으로 일하고, 내 안위에만 신경 쓰게 된 흔한 과장 1 차장 1 부장 1이 된 느낌. 처음의 열정은 온 데 간데 없이 매일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만 고민하다가 시간을 흘러 보내는 직장인 1이 된 느낌이다. 결국, 따지고 보면 이렇다. 나는 특별하다고 믿었는데 그 목적 없는 특별함은 결국 평범함으로 회귀해버린 지 오래다. 그리고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쩌든 사람이 되어버린 지 오래.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 매일의 루틴 한 삶. 그런데 그 삶이 무조건 싫고 짜증 나는 것만은 아니다. 이 삶도 충분히 내게 매력이 있다. 남들과 비슷한 길을 간다고 해도 결국 각자의 성격과 기질,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인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비슷하다고 해서 그 매력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비슷한 듯 보이는 것들에도 자세히 보면 각기 생긴 게 다 다르고 매력이 다 다른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결국은 그렇지 않을까.


정도의 틀에서 벗어나든 벗어나지 않고 그 안에서 머무르든 결국 내 인생은 나의 것이고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며 이 고독한 여정은 결국 나 홀로 개척해나가야 한다. 한때는 이 사실이 무척이나 외롭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사실이 내게 묘한 위안을 가져다준다.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삶은 요가와 닮아 있다는 생각도 종종 한다.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지만 결국은 자세를 잡아나가는 요가 시퀀스처럼, 삶도 때로는 이리저리 흔들리며 울고 웃지만 그 모두가 삶의 근육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아닌가. 매일의 수련으로 내 몸을 알아가고 비로소 균형감을 익히는 것처럼 매일 내 일상을 돌아보고 고찰해보면서 삶의 의미도 하나씩 알아간다. 누가 뭐라든 한번뿐인 내 인생. 내 인생을 온전히 만들어가는 것 또한 나라는 사실을 새삼 다시 머릿속에 각인시켜본다. Bravo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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