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치는 길고양이마냥, 흔하고 당연한 이야기.
말하고자 하는 게 단순했고, 전달력도 흡입력도 강했다.
시놉시스가 정말 전부인 영화인데 어떻게 흡입력이 강했을까, 돌아보니 정말 그게 끝이라서.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지나가다가 마주치는 길고양이 마냥 그런 흔한 이야기, 카페에 1시간만 앉아있어도 쉽게 들리는 이야기다.
그래서 기사로, 뉴스로는 절대 나오지 않을 이야기.
저래 보여도, 대단한 사람일거야
영화 초반 편의점 알바생에게 혼나는 이토씨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아야에게 누군가가 말했다. 일종의 암시였고 예언이었다.
어쩌다 사랑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함께 살게 된다.
아버지를 잠시동안만 모셔달라고. 아야(우에노 주리)는 말한다. 아버지는 폭탄같아!.
아야의 아버지는 흔히 우리가 보는 엄격하고 꽤 고집이 센 아버지다.
저녁은 온 가족이 함께 먹어야 한다거나, 30살 넘은 딸의 젓가랏질까지 혼내는 모습이나 무작정 가출하여 이제 고향에서 살거라는 억지부리는 모습까지. 고향에 있는 아빠의 모습이 하나 둘 발견될때마다 웃음도 나고 찡-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내가 그동안 아야처럼 ‘폭탄’같다며 노심초사했던 아빠의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
내 주변 사람들이 아빠를 오해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나도 아야처럼 ‘폭탄’이라 느꼈었지. 하지만 사실 나도, 아야처럼 아빠랑 함께 살고 싶다. 폭탄같은 모습을 닮은 내가 아빠를 가장 잘 알테니까.
그래서 아야의 남자친구, 이토씨는 어쩌면 이상형같은 사람이다. 외모도 능력도 별 볼일 없는 이토씨는 모두의 이상향처럼 그려진다. 내 가족을 내가 걱정하는 ‘폭탄’이 아니라 한 명의 그저 그런 사람으로 본다. 이토씨는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아니다.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지는 지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억지로 아야의 가족이 되려 애쓰거나 굳이 인정받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애초에 가족이 될 수 없는 타인인 걸 잘 안다.
어느 날 갑자기 ‘한 가족’이 되어 모든 걸 함께 하고 녹아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 달랐다.
그는 평범한 영화에서 가장 영화같은 사람이다. 아야도, 아버지도, 아야의 오빠도 모두 ‘참 이상한 사람이야’라 말하는 사람.
부시시하고 볼품없는 54세의 모습으로 처음 나타났던 이토씨는 마지막 장면, 아버지를 보내며 아쉬움과 미안함으로 가득한 아야의 눈을 바라보고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난 도망가지 않아.
외모, 직업, 능력같은 없어도 그만인 것들 말고, 더 반짝반짝 빛나는 걸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아니 내가 이토씨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내내 이런 다짐을 하며 보았던, 마음 따뜻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