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Bom Nov 06. 2017

<장고> 차가운 날씨엔 스윙 재즈를 들어야지

나의 작은 음악 영화제. 차가운 공기를 춤추게 하는 재즈잖아요.

타고난 집시, 유러피안 재즈의 창시자 '장고 라인하르트’.

영화가 시작 5분 뒤, 장고의 재즈 기타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음악을 듣고도 춤추는 사람이 지는 게임에 참여한 것 처럼, 난 당장이라도 춤추고 싶어 날뛰는 몸을 부여잡느라 애썼다 (영화관만 아니었다면...).


'사람들이 미쳐가고 있어요!' 라던 나치 간부의 고발이 들린다. 스윙 재즈는 그야말로 즉흥, 감정의 응축. 술을 마시지 않고도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음악, 재즈 뿐일거라며 손가락을 까딱까딱, 발을 구르며 내내 춤을 췄다.

20세기 초, 유럽이 나치의 지배 아래 있었을 때, 장고는 집시의 신분으로 살았다. 음악을 잘 하지 않았다면 장고 또한 많은 집시들처럼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을 시대.

장고는 늘 죽음 근처에서 기타를 연주했다. 그렇다고 영화가 우울하지 않다.

어쨋든 나치의 만행보다는 장고의 인생에 대해 담았기에 개인의 삶과 고민을 보여준다. 나치 군인을 위한 파티에서 장고의 예술성인 스윙을 20%만 연주해야했다, 어쨋든 그는 살아남았다. 고집도 부렸다가 도망도 쳤다가, 타협도 해가면서.



1945년,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해에 장고 라인하르트가 작곡한 집시들을 위한 헌정곡으로 영화가 끝난다.

난 마지막 곡을 들으며 장고 라인하르트가 아주 잠깐,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꺾었던 것이 고마웠다. 살기 위해 타협했던 그 잠깐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는 살아남았고 연주했다. 그래서 흩뿌려진 개인의 역사가 기록되었고, 그의 헌정곡으로 집시들의 빼앗긴 자유가 기억되었다.


날이 추워지니 음악을 더 가까이하게 된다. 특히 재즈의 리듬은 차가운 공기를 움직이게 한다. 다가오는 연말, 음악이 필요할 땐 영화 <장고>를 틀어야지.




p.s. 메가박스 컴포트관의 사운드는 역시나 좋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외로운 그녀가 떠난 <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