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음악 영화제. 차가운 공기를 춤추게 하는 재즈잖아요.
타고난 집시, 유러피안 재즈의 창시자 '장고 라인하르트’.
영화가 시작 5분 뒤, 장고의 재즈 기타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음악을 듣고도 춤추는 사람이 지는 게임에 참여한 것 처럼, 난 당장이라도 춤추고 싶어 날뛰는 몸을 부여잡느라 애썼다 (영화관만 아니었다면...).
'사람들이 미쳐가고 있어요!' 라던 나치 간부의 고발이 들린다. 스윙 재즈는 그야말로 즉흥, 감정의 응축. 술을 마시지 않고도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음악, 재즈 뿐일거라며 손가락을 까딱까딱, 발을 구르며 내내 춤을 췄다.
20세기 초, 유럽이 나치의 지배 아래 있었을 때, 장고는 집시의 신분으로 살았다. 음악을 잘 하지 않았다면 장고 또한 많은 집시들처럼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을 시대.
장고는 늘 죽음 근처에서 기타를 연주했다. 그렇다고 영화가 우울하지 않다.
어쨋든 나치의 만행보다는 장고의 인생에 대해 담았기에 개인의 삶과 고민을 보여준다. 나치 군인을 위한 파티에서 장고의 예술성인 스윙을 20%만 연주해야했다, 어쨋든 그는 살아남았다. 고집도 부렸다가 도망도 쳤다가, 타협도 해가면서.
1945년,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해에 장고 라인하르트가 작곡한 집시들을 위한 헌정곡으로 영화가 끝난다.
난 마지막 곡을 들으며 장고 라인하르트가 아주 잠깐,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꺾었던 것이 고마웠다. 살기 위해 타협했던 그 잠깐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는 살아남았고 연주했다. 그래서 흩뿌려진 개인의 역사가 기록되었고, 그의 헌정곡으로 집시들의 빼앗긴 자유가 기억되었다.
날이 추워지니 음악을 더 가까이하게 된다. 특히 재즈의 리듬은 차가운 공기를 움직이게 한다. 다가오는 연말, 음악이 필요할 땐 영화 <장고>를 틀어야지.
p.s. 메가박스 컴포트관의 사운드는 역시나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