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rin Nov 12. 2023

IT 기업 다니는 에디터 업무 일지 (1)

우리 글만 쓰는 거 진ㅉㅏ 아니라고요...

IT 기업에서 콘텐츠 마케터가 아닌 에디터를 채용하는 곳은 비교적 드뭅니다.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 아닌 이상, 콘텐츠 제작은 비교적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나기 때문입니다. 굳이 글쓰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텍스트 콘텐츠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행할 수 있으니, 에디터를 더욱이 필요로 하지 않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를 역으로 보면, IT 기업에서 생존하고 있는 (정말인지 저는 매일 생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디터는 텍스트 콘텐츠만 제작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마침 오늘은 투 두 리스트에 '원고 마감'이 없는 날이니 직접 업무 일지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전 10시 30분
예.. 이 데이터를 보면 말이죠잉?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최근 발행한 아티클과 (온/오프라인) 이벤트의 1) 조회수를 먼저 확인하고, 2) 그를 통한 (회원가입) 전환, 3) 매출 등을 차례로 확인하며 성과를 기록/공유합니다. 보통 조회수는 Tableau(태블로), 전환은 Amplitude(앰플리튜드)로 확인합니다. 데일리로는 이 정도 수준의 데이터만 확인하지만, 격주로 콘텐츠에 오가닉으로 유입되는 수치와 가장 많이 (회원가입) 전환된 검색 키워드와 같은 상세 데이터를 딥하게 파 봅니다. (물론 천재 퍼포먼스 마케터들에게 엄청난 도움을 구합니다...) 다음으로, 데이터를 기반한 새로운 가설을 세워 보고 기획안을 작성하거나, 외/내부 광고 운영안을 짭니다.


오전 11시
좌) 오프라인 / 우) 온라인 이벤트

11월 주요 이벤트를 팔로업합니다. 특히 '원티드 아티클 살롱'은 벌써 세 번째 주최하는 행사로, 직무를 주제로 한 네트워킹 이벤트입니다. 매회 운영하며 쌓아 온 인사이트와 유저 피드백을 기반으로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신규 유저 유입을 위한 다각도의 홍보(마케팅) 채널을 발굴합니다. 아주 소액으로 진행한 외부 (유료) 광고 현황도 체크하고요. 마지막으로, 신청 관련한 CS를 처리하고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오후 1시 30분
고연차가 되면 말이죠.. 제 기획안을 사방으로 돌려 깎아 줄 상사가 그리워지곤 합니다.

입사 2년 n개월만에 팀에서 시도해 보고 싶었던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제 12월에 바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 부랴부랴 기획안과 품의서를 작성하고, 10곳 이상의 케이터링 업체에 핑거푸드 견적을 받고, 이벤트 협찬사를 찾아보고, 제한된 예산 안에서 꼭 구매해야 하는 물품들을 정리합니다. 해당 이벤트는 제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팀에서 새롭게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로 가는 첫걸음이거든요. 이곳, 저곳에서 자주 말하는 건데요. 콘텐츠 에디터도 높은 액수가 아니더라도, 내가 돈 좀 벌 줄 아는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에 일정량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어필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건 아니고요...) 회사에서 콘텐츠와 콘텐츠 제작자의 입지를 다지는 중요한 일 중 하나니까요.


오후 3시
부럽습니다.

 사업부와의 미팅을 가집니다. ○ 사업부의 사업에 필요한 연사/필자 섭외를 돕고, 콘텐츠를 서포트해 주기 위한 미팅입니다. 오랜 기간 기획자, 기자, 에디터로 일하다 보면 자연스레 섭외 풀이 넓어집니다. 외부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유지하는 것에 능숙하고, 또 즐겁게 하는 직무인 터라 섭외 도움이 필요한 타 부서를 종종 서포트해 줍니다.


오후 4시
좌) 최근 뉴스레터 오픈율 / 우) 직접 그리는 뉴스레터 배너 (매월 바뀝니다.)

팀에서 운영하는 뉴스레터 현황을 확인합니다. 보통 발송 일주일 후 데이터를 기록하고 각 뉴스레터 성과를 비교하며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정리해 팀에 공유합니다. 뉴스레터 주제와 그에 맞는 타깃이 명확한 편이기 때문에 오픈과 클릭 수치가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헤헤)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는 원티드 콘텐츠 코어 구독자와 내적 친밀감을 쌓고자 모두 개인적인 이야기를 아끼지 않고 나누고 있습니다.


오후 4시 30분 ~ 6시


다양한 기업 협업이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1) 기업에서 제안하는 협업을 검토하고, 2) 우리 제품과 결이 맞는 동시에 팀 OKR에 기여할 수 있는 건에 우선으로 회신을 보냅니다. 3) 현재 진행 중인, 진행 예정인, 마무리되는 협업 건의 일정과 관련 데이터를 더블 체크합니다. 하반기는 여기에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점차 원티드 콘텐츠가 널리 널리 알려지고, 인정받고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참 많은 일이 있었지.........


오후 6시 ~ 7시 30분

대부분이 생각하는 '에디터다운' 업무를 하는 시간입니다. 금일 발행 계획된 담당 아티클이 잘 발행됐는지 확인하고, 다른 에디터들이 작성한 아티클을 1,2차 교정합니다. 퇴근 직전, 11월 콘텐츠 발행 일정표를 꼼꼼하게 다시 살피고, 팔로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합니다. 특히 디자인, 마케팅 등 연관 부서와의 작업 커뮤니케이션이 적절히 진행되고 있는지 들여다봅니다.


자, 어떤가요? 생각보다 별 거 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기업마다 에디터에게 요구하는 업무와 능력은 제각각이겠지만요. 그 어떤 곳에서도 에디터로서 그저 '글 쓰고 카드뉴스 만드는 사람'에서 그치지 않길 바랍니다. UX/UI 디자이너가 점차 제품 전반을 관리하며 유저 경험을 개선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나아가는 것처럼, 에디터도 제품을 통해 운영되는 전 사업에서 더 많은 권한과 책임 그리고 역할을 쥘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에디터에게 필요한 역량을 묻는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