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쪼가리 #5. 기억의 휘발성
머릿속을 스쳐간 문장이 사라졌다
방금 전까지 어떤 문장이 방금 전까지 내 머리에 있었다. 정말 내 마음에 쏙 드는 문장이었는데. 분명 꼭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문장이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절대 잊지 못할 만큼 잘 만들어진 문장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억의 휘발성
비단 나만 이런 일을 겪는 것은 아닐 테다. 분명 멋진 문장과 괜찮은 소재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미처 적기도 전에 머리에서 사라져 가는 경험은 브런치 작가님들 모두 한 번씩은 경험해 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기억은 너무 휘발성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잠깐만 방심을 해도 금방 사라져 버리니 말이다.
많은 작가분들께서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로 생각이나 소재를 기록하기에는 정말 좋은 환경이 되었다며, 언제 어디서든 좋은 문장, 좋은 소재가 나타나면 핸드폰으로 적거나 녹음을 하라고 말씀하신다. 맞다. 그렇게 하면 그때의 생생함을 최대한 살려서 복기할 수 있다. 편안하게 앉아서 적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그렇게라도 최대한 느낌이라도 살려서 기록을 해두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기록할 수 없는 상황이 참 많다는 것이다. 내가 청개구리 심보를 가지고 있는 건지, 회의를 하거나 단체 회식 장소에 있을 때 유독 머릿속에 괜찮은 문장이 자꾸 떠오른다. 내가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일 때보다 기록조차도 하기 어려울 때 더 좋은 문장들이 떠오르곤 한다.
그럴 때면 상당히 난감하다. 회의 중에 상사 앞에서 내가 핸드폰으로 타자를 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최대한 기억이 날아가지 않기를 비는 수밖에 없다. 회의 중에 딴생각도 잠시, 회의를 진행하다 보면 한 시간은 무슨, 두 시간도 우습게 지나간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면 그 문장은 무슨, 어떤 뉘앙스였는지, 어떤 소재였는지 조차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짧은 생각 쪼가리 하나를 완성하는 동안 그 문장이 다시 생각났다. 그 문장을 내가 언제쯤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