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휠체어

생각 쪼가리 #2. 휠체어

by 하진

어린 시절, 아마도 7살쯤, 엄마와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휠체어를 타고 계시던 할아버지를 뵌 적이 있다. 나는 어린 마음에 신기해서 "엄마 저것 봐!"라고 말했었다. 엄마는 "쉿,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그때 나는 엄마가 왜 그러는지 몰랐다. 아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아이가 예전에 탔던 휠체어와는 다르게 아무도 밀어주지 않아도 혼자서 움직이는 휠체어가 신기했고, 그 혼자서 움직이는 휠체어를 타고 싶었던 것뿐이었는데 말이다.






6살, 나는 뇌수막염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었다. 어둑한 밤, 아파도 잘 울지 않던 아이가 아프다며 세상이 떠나가라 우는 것을 보고 엄마 아빠는 얼마나 마음이 미어졌을까. 급하게 간 응급실에서는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했단다. 그 밤에 아빠는, 그리고 엄마는 다시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까지 운전하면서 얼마나 조마조마했을까.



그렇게 도착한 대학 병원에서도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나는 한참을 울었고, 엄마는 나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 긴 기다림 끝에 병원에서는 뇌수막염 초기 증상이라며 입원을 권유했었다. 그렇게 나는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작디작은 손에는 링거가 꽂혔고, 여린 손이 퉁퉁 부어오르면 반대쪽 손에 새로 링거를 꽂기를 반복하였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아이는 오른손에 링거를 꽂을 때마다 왼손으로는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며 툴툴댈 뿐이었다.



얼마나 입원해 있었던 것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린아이에게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내가 어디가, 얼마나 아픈 건지도 모르고 엄마에게 "우리 언제 집에 가?", "아빠는 왜 안 와?"라고 칭얼댔었다.



손에 꽂은 링거는 어디 움직이기에는 너무 불편했고, 링거 꽂이가 달린 휠체어를 타야만 움직일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을 보러 갈 때, 링거를 바꿔 꽂으러 갈 때, 산책이 하고 싶을 때, 병원 어린이 활동을 하러 갈 때, 모두 휠체어를 타고 갔었다. 당연히 아이는 세상 모든 휠체어가 뒤에서 누가 밀어줘야 움직이는 것인 줄만 알았다.






그렇게 말하던 아이는 이제 어른이 되었고, 이제는 엄마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때 엄마가 무엇이 신기한지 물어줬더라면 어땠을까. 순수함으로 가득 찬 아이는 불편함보다는 신기함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아줬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그 할아버지에게 혹여 상처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아이도 그날 하루가 조금 더 행복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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