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조조할인 아는 사람?
나이는 상대적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13살과 중학교 1학년인 14살의 차이는 어마무시하다. 하지만 43살과 44살은 어떤가. 나이를 먹을수록 한 두 살 차이는 크지 않게 느껴진다. 무뎌져서일까, 큰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되어서일까. 나이에 따른 생활 변화가 많지 않은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오늘과 내일이 다르지 않아서.
매일이 같은 것처럼 느껴지는 나날을 보내다 보니 나이를 먹으면 웬만한 건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버스 조조할인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무심코 카드를 찍다가 본 조조할인 표시.
누군가에게는 일상이라서 그것도 몰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런 게 있었냐며 놀랄 수도 있겠지.
나는 버스 조조할인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나이 먹어서 안다고 생각하는 와중에도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불쑥 생긴다.
이상하게 그 사실이 조금 위안이 되었다.
내가 버스 조조할인을 받을 정도로 부지런하게 움직였다는 사실의 뿌듯함도 조금 있고.
가끔 예능에서 30대 나이의 연예인이 어떤 음식을 처음 먹어본다고 말하고, 주위 사람들이 그 사실에 놀라는 장면을 볼 때가 있다.
나도 정말? 하면서 의아해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도 짬뽕은 스무 살 넘어서 처음 먹어봤다. 중식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은근히 많을걸. 짬뽕을 스무 살 넘어서 먹은 사람들.
이야기가 옆길로 조금 샜지만, 나이와 경험이 사람마다 상대적이며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건 나에게도 적용되고.
똑같이 지치는 날들만 보낸다고 느낄 때, 나의 날들이 다 같은 건 아니라고 문득 깨달을 수 있으니까. 일상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갑자기.
오늘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 잘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도 솔직한 심정으로는 큰 기대가 없다는 게 씁쓸하지만, 조조할인받은 200원? 300원? 만큼만이라도 좋은 기분을 가져보자.
글을 쓰는 김에 찾아보니, 버스/지하철 조조할인 시간은 운영 시작 시간부터 오전 6시 30분까지라고 한다. 기본 운임의 20%를 할인해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