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읽고쓰기 22. 귄터그라스『고양이와 쥐』를 읽고
어떻든 나는 수 십 년 동안 그 단어와 두 글자(SS, 즉 친위대를 의미)를 고백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내 젊은 날의 어리석은 우쭐함으로 받아들였던 것을 나는 전후에 점점 커져가는 부끄러움 때문에 침묵하고자 했다. 하지만 부담감은 남아있었고, 그 누구도 그것을 덜어줄 수 없었다. (『양파껍질을 벗기며』 귄터그라스 민음사 127쪽)
난 그걸 일종의 병이라고 생각했거든. 전혀 특별한 게 아니었는데 말이야. 더 많이 튀어 나온 사람들도 몇 명 만나봤는데, 별로 신경 쓰지 않더라. 그 고양이 사건이 시작이었지.…… 그 회색 괴물이, 아니 까만색이었나. 그놈이 내 목으로 덤벼들었더랬지. 아니면 너희 중 누가, 아마 실링이었겠지, 그 녀석이라면 그럴 만하지, 고양이를 들어서.... 뭐 다 지난 일이지만(p122)
말케에게 여자라면 카톡릭의 동정녀 마리아뿐이었다. 오로지 그녀를 위해 그는 그 모든 것, 그가 목에 걸고 다니며 내보인 것들을 마리아 성당으로 끌고 다녔다. 잠수부터 훗날의 좀더 군사적인 성과까지 그 모든 것은 그녀를 위해서 한 일이었거나 어쩌면, 내 말과 모순될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울대뼈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한 일이었으리라.(p.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