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수호귀 조조
사마귀가 한 마리 날아왔다.
나의 작은 텃밭에.
손가락 두 마디도 안 되는 크기의 귀여운 사마귀였다.
딱히 뭔가를 죽이는 행위를 싫어하는지라 죽이지 않고 그냥 두기로 했다.
그냥 두면 알아서 제갈길 가겠지 라는 마음으로,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놈이 어디 안 가더니 하루 만에 그 자리에서 허물을 벗어 버렸다. (허물?!)
그리고 허물을 벗더니 좀 커졌다.
텃밭을 가꾸며 느린 생명의 신비를 배우고 있었는데,
얘는 빠른 생명의 신비일까?
나는 하루아침에 1.5배 커진 녀석에게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나의 텃밭을 잘 지켜달라는 의미에서 조조.
(짧은 생각으로 조조라고 지었다가 나중에 후회했지만 나름 귀여운 이름이라 아직도 조조라고 부른다.)
이름을 붙여주고 나니까 꼭 내가 책임져야 할 것 같아서 네이버에 사마귀를 검색해봤다. 지금 당장 필요한 식(음식)의 정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보통 사마귀는 '살아 있는' 곤충을 잡아먹는다. 해충, 곤충, 익충, 동족 상관없이 '움직이면 내 먹이'라는 삶의 공식을 가진 녀석들이라는 말이다. 같은 알집에서 나온 자기의 형제도 잡아먹는 아주 식성이 좋은(?) 곤충. 생각보다 잔인하고 무서운 녀석이지만 한번 먹이를 줘보기로 했다.
내 집에서 옷도 벗었는데 밥은 못 먹으랴.
마침 텃밭에 불법 거주하고 있는 집게벌레가 많았으므로 화분을 하나 들춰 제일 큰 집게벌레를 반 죽음으로 만들었다. 손으로는 집을 수 없어서 작은 종이에 올려서 사마귀 앞에 대령했다.
이때부터였다.
내가 조조의 매력에 빠져버린 것이..
흰 종이 위에서 반 죽은 집게벌레가 살고자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니 녀석이 확~! 낚아챘다. (오오.. 빠른 생명의 신비~~) 그러고는 내가 삼겹살을 먹듯 아주 맛있게 그리고 얌전하게 그 자리에서 집게벌레 한 마리를 뚝딱 해치웠다.
그날부터 나는 조조를 어디 숲이나 나무가 많은 곳에 풀어줄 생각도 없이 그곳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그곳은 나의 죽어가는 텃밭이지만 조조의 나라 이기도했다.
내 작은 텃밭의 수호귀 조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