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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Aug 02. 2019

<삼삼한 이야기>그 239번째 연필

대화를 통해 받은 느낌

-외로운 걸까?


 그 생각은 먼 타지에 있는 지인과의 카톡에서 지인이 모든 사사로운 것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이야기하고 있을 때 문득 떠올랐다. 

 그녀는 'TV 채널을 돌리는데 정말 볼만한 게 없다' 또는 '순대국밥 국물이 정말 뜨겁다' 같은 정말 소소하고 작은 것들도 이야기했으며, 온갖 즐거운 것, 짜증 나는 것, 이름다운 것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그녀가 조금은 외로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외로움이 조금은 덜해졌으면 좋겠다..





-커리 앞의 내 모습


 내가 그의 고민이나 최근의 회사생활이 어떤지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줄줄이 얘기했다. 그가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들, 고정된 틀, 발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생각을 하는 이들 등등. 그는 마치 내가 물어봐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의 심정을 십여분 동안 이야기했다.


 우리는 밥을 먹기 위해 인도커리 집에서 메뉴를 주문해 놓은 상태였고, 그가 말을 시작할 즈음 테이블 위에 하나둘씩 놓여졌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동안 음식들은 우리 사이에서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


  나는 배고프지는 않았지만 며칠 전부터 인도커리가 매우 먹고 싶었기 때문에 앞에 나온 음식이 식는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해지면서 그의 말에는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입에 고이는 침을 티 나지 않게 삼키는 것과 어제 들었던 이야기를 마치 오늘 처음 듣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뿐이었다.





 -어린 나의 감정


 최근에 여자 친구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던 친구에게 자랑을 당(?)했다. 정말 많이 먹고 많이 돌아다녔다고 했다. 좋은 호텔에서도 하룻밤 묵어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었다고도 했다.


"빨리 여행 썰 풀어줘~!"

"아ㅋㅋㅋ  웃긴 일도 많았고,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ㅋㅋ"


 친구가 위와 같이 말을 했을 때 무언가가 내 마음 안에서 튀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여럿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누군가가 '여행은 어땠어?'라고 물어본다면,   우리는 여행 동안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다가 추억에 잠겨서 정말 사소한 것까지 말하게 되고,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지루해져서   몇몇 이들은 자기들끼리 다른 대화를 하고   몇몇 이들은 예의상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척을 하고 있게 되겠지만,   함께 여행을 한 상대방과 나만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리고 이 미소는 상대방과 내가 우리끼리만 알 수 있는 '우리만의 어떤 것'으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 준다.


 연인과 함께 여행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은 오로지 상대방과 나만의 기억이 된다. 싸웠던 일들도, 너무 많이 웃었던 일들도, 배부름에도 불구하고 맛있어서 남길 수 없었던 음식들도. 어느 누구도 아닌 우리만의 추억으로 되어 버린다.


 그리고 나는 우리만의 무엇인가를 간직하고 있다는 게 어떤 감정인지 잊고 지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동시에 어린날의 서툴었던 나를 떠올렸다. 


 감정을 숨길 줄 몰라서 너무나 투명하고 솔직했던 당시의 나의 모습이, 또한 함께 웃으며 추억을 얘기했던 당시의 우리의 모습이 불현듯이 '느껴졌다.'



그들만의 '밀크셰이크'라는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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