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개가 양아치개가 되기까지
"어머 얘가 어쩜 이렇게 얌전해요"
"애가 선비같네."
"생긴게 순둥이라고 써 있네."
라떼는 정말 순하고 조용한 개다.
그 흔한 입질은 커녕
소심한 반항조차 안하는.
개같지 않은 개랄까.
"옷을 잘입나봐요."
"우리개는 옷 입히려고하면 난리나."
"네 착해요. 순해요."
순한개라는걸 인정하면서
묘하게 씁쓸해진다.
조용하다는건 그만큼
억눌려있다는 뜻이니까.
어디가서 맞을바엔 한대라도 더 때리고 오길
바라는 엄마마음이 이런걸까.
라떼는 멀찍이 도망가는 거 외엔
싫다는 표현을 할줄 모른다.
으르렁 거리지도, 짖지도 않는 착한개.
라떼 기살려주기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잔뜩 쫀 라떼를 위해 앞에
길을 막은 냥이를 쫓아줬다.
"아빠랑 엄마가 지켜줄게. 괜찮아."
예쁘다고 모여든 사람들에
덜덜떨면 안아줬다.
"괜찮아.
누나들이 라떼가 예쁘다고 그러는거야."
라떼의 눈을 보며
나는 틈날때마다 설명했다.
"라떼야 엄마가 다 들어쥴게.
하고싶은 말 다해. 알았지?"
어느날 라떼가 처음으로 입에서 소리를 냈다.
침묵뿐이던 라떼의 세계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려
내뱉은 서툰 쇳소리, 낑낑
라떼가 끙거렸어!!!
훈련사님도 좋은 징조라고 했다.
의사표현을 하는건.
낑낑
산책?
낑낑
간식주까?
낑낑
배고파?
내 질문이 정답이면
라떼는 낑낑으로 답했다.
오답이면 소리를 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표현은
상황과 상대에 따라
더 다양해졌다.
가령
필요한게 있을때 나한텐 끙끙거리며
온몸으로 애교를 부린다.
하지만 남편한테는
컹.컹 하며 약간 성질을 낸다.
빨리 내놓으란식으로.
기지개를 펴더니 웃으며
꼬리를 흔들길래 다가갔더니
엉덩이를 내민다.
엉덩이 쓰다듬으라는 의미다.
난 조금씩 라떼의 언어를 알아듣게 됐다.
라떼는 점점 더 말이 많아졌다.
급기야 이제 대화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낑낑.
배고파?
(더크게) 낑낑
아이구 배고파아. 아빠가 밥안줬어?
낑끼잉
아이구 애절하다 애절해
엄마가 줄게.
이렇게 간식을 받아간다.
밥을 준 남편은 억울해하지만.
낑낑
산책가까?
(웃으며 기지개를 편다)
가자
(이러고 옷갈아입느라 지체되면)
(와서 또) 낑낑 항의
남편과 둘이 대화하고 있을때 와서
낑낑하는건 자기도 껴달란 신호다.
한번은 산책을 끝내고 집에 오자마자 낑낑.
혹시 응가를 안해서 그런가 싶어
나갔더니 금방 배변을 봤다.
이쯤되면 나는 개통역사로 합격점 아닌가
하는 생각에 뿌듯해졌다.
어쩌면 라떼가 표현천재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요즘은 시도때도없이
낑낑거려서 갑질 수준이다.
"괜히 하고싶은 말 다하라고 했나봐"
남편과 나는 웃으며
오늘도 이 상황에 감사한다.
아마 견주들의 공통적 소원이 하나 있다면
개가 아플때 하는 말을 알아들었으면 하는 것일 것이다.
아플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그런면에서 라떼는 불편함을 자주 표시해서 다행이다.
라떼야 앞으로도 자주 할말 다해. 알았지?
너가 시끄러울수록 엄마아빠 마음은 편안해지니까.
표지는 엘리슨 프렌드의 '지금은 하나 나중에는 두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