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 Oct 11. 2016

오늘의 간이식

마취과 의사, 텐팅 뒤 단상

이제 이번 턴에 2번 남은 간이식. 오늘이 지나면 한번 남는다. 

인턴 때는 환자 보면서 울기도 많이 울고 했는데. 이젠 환자를 보는 일이 거의 없으니.

짠하게 마음 아플 일이 별로 없는데.

 

오늘은 9시에 수술받을 환자 보러 아침 7시 50분쯤 올라갔더니

환자가 방에서 혼자 서성 서성 하고 계시다.


이런저런 설명하고 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빨개진 눈으로 곧 쓰러질 것 같은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보호자인 아내.

 

아. 간을 줄 사람이 내려갔구나.

공여자인 아들은 8시에 수술을 시작할 테니

미안한 마음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불안한 마음에 혼자 병실에서 서성이고 있던 아버지와

남편도 너무 걱정되고 아들에게 미안하고 마음아파서 그렇게 울면서 보내고

눈물 닦고 세수하고 울지 않으려 노력하며 남편의 병실에 들어온 그 어머니이자 아내의 마음이 짐작되어.

아침부터 마음이 좋지가 않았다. 


의학이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현대사회에

간염 바이러스.. 결국 막을 수 없는 간경화.. 간암.. 유일한 치료인 이식..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들..  


환자가 너무 안 좋아서 너무 힘들었는데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니 이제는 안정화되어서 고요하고.

애쓴 보람인지 상태가 좋아져서 다행이다. 


마무리 짓고 있는 지금(마무리도 서너 시간은 걸린다) stable 한 바이탈 사인에

쉬듯이 앉아 수술하는 현미경을 보면서 앉아서 필드를 구경하는 관찰자가 되어있자니


외과 전임의 선생님은 교수님에게 계속 까이고

"네가 인턴이냐!! 응!!!!! 왜 이래!!!!"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는 인턴도 표정이 좋지는 않고

왠지 시트콤을 보고 있는 거 같아.

작가의 이전글 생명을 살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