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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ul 18. 2016

일터 이야기

인턴. 처음 의사.

#1. 환자분들


매일매일 동맥혈 검사를 하는 분들이 몇 분 계신데 매일 얼굴을 보다 보니 친해지기도 하고,

그중 한 할아버지가 특히 귀여우셔서 그 방에 가는 것이 하루의 즐거움이다.


어느 날엔 검사를 단번에 성공시키고 나서

"할아버지~ 저 잘했죠!" 했더니

"그래 잘했네~

(옆의 자녀분을 보시면서) 나가서 얘 과자 좀 사줘~^^" 하신다

 

또 어느 날은 동맥혈 검사를 하러 주사기를 가지고 갔더니 나가시려는지 휠체어를 타고 계셨다.

"어디 가세요?"

"응~ 이발하러"

"앗. 피검사 언제 하죠? 언제 오실 거예요?"

"응 나 한 사흘 후에 올 거니까 그때 뽑자~"


오늘은 검사를 한 번에 못하고 약간 버벅댔더니

" 이젠 오지 마!" 하신다.

   


#2. 첫 앵.


환자에게 선물이나 돈을 받는 것을 "앵"이라고 하는데,

(앵벌이의 준말이라는 설이 있는데 정말인지는 모르겠다)


나의 첫 앵은 동전 300원!

 

검사 동의서를 받으러 병실에 들어가는 길에,

이제 막 입원하신 할아버지가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싶다며

아내에게 왜 못 찾냐고 호통치고 계셨다.


나와 눈이 마주치시자

" 아니 선생님 병원엔 커피 자판기가 없어요?"

" 있는데요- 저어기-"

" 있대잖아~ 모르면 물어봐야지!! 가서 뽑아와!"

하시길래 길 찾기 어려울 것 같아서

" 제가 같이 가드릴께요 잠깐만요~"

하고 얼른 동의서 받고 같이 갔다.


근데,  휴게실엔 자판기 커피가 없었다.

나도 몰랐네..

그래서 1층엔 확실히 있으니 가서 뽑으시라고 엘리베이터까지 모셔다 드렸더니

됐다는데도 자꾸 선생님도 뽑아 드시라며 가운 주머니에 동전 300원을 넣어주셨다

그게 나의 첫 앵. 이 되었다- ^^  



#3. 캐뉼라 갈기


T- 캐뉼라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코나 입으로 숨을 잘 못 쉬시는 분들을 목에 구멍을 뚫어 바로 기도와 통해있게 하는 것인데,

그냥 두면 상처가 아무는 것처럼 구멍이 줄어들기 때문에 관을 넣어둔다.


그냥 두면 가래 등으로 막힐 수 있기 때문에 1주일에 두 번 정도 새것으로 바꾸는데

그것이 인턴 일 중의 하나이다.


처음에 캐뉼라 교체하는 것을 보았을 땐 진짜 소름 끼치게 무서웠다.

빼면 구멍이 있고 @@ 환자분은 기침하시고.. 그 와중에 그곳에 정확하게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

잘못 넣으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는 사실 자체의 무서움.


전임 인턴 선생님이 시범으로 보여주실 때

잘 진행되지 않아서 환자분도 힘들어하시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첫 경험이 그러니, 늘  바들바들 떨면서 큰일 날 것 같은 기분으로 겁먹은 채  하게 된다.

무서워서 젤리 왕창 바르고 샥빼고 샥~ 넣는데

다행히 환자들이 잘 한다고 칭찬해주신다.

 

유난히 칭찬해주시면서 이뻐해 주시는 할머니가 계신데

마침 그분 캐뉼라를 갈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교수님이 회진을 오셨다

"어디 인턴 선생 잘하나 한번 볼까~ "

하시며 주치의 선생님들과 잠시 지켜보신다


후덜덜-.-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그때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아주 잘해요 아주~"

교수님이 허허 웃으시며 자리를 뜨셨다.

다행히도..^^;;;  



#4. 보호자


종종 복수를 빼드려야 하는 환자분이 있는데

좀 친해지고 나서는 환자분과 보호자분이 자꾸 주머니에 음료수 같은 거를 넣어주신다

그 환자한테 갔을 때뿐만 아니라 옆의 환자에게 갔을 때도 늘 챙겨주시고..


오늘은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할 일을 체크하며 서있는데 쓱 오셔서

주머니에 바나나 우유를 넣어주시며 귀에 대고 말씀하신다

"며칠 전부터 주고 싶었는데 올 일이 없었나 봐~"



#5. 간호사

당직이던 날 새벽 2시쯤에 카운터 병동의 콜 받은 일이 끝나고

우리 병동으로 터덜터덜 갔더니 간호사들이 "어머 아직 안 주무셨네~" 하신다.


왜요? 했더니 소변을 빼드려야 하는 할아버지가 계신데

소변 마렵다고 나오셨다고.

근데 내가 잘꺼같아서 간호사들이 나 안 깨우려고

보호자 할머니에게 할아버지 배 힘껏 누르라고 하고 억지로 소변보게 했단다

그래서 200cc 봤다나.


ㅋ 고마워요. 하고. 그게 언제였냐고 하니 20분쯤 되었단다.

온 김에 하지 뭐. 하고 그 방에 들어가 보니 할아버지가 잠도 못 주무시고

소변 마려우셔서 눈 땡그랗게 뜨고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모두에게 참 많이 사랑받고 아낌 받고 있어서

참 행복하다. 그리고.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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