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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ul 26. 2016

새벽, 잠이 깨버렸다.

인턴, 처음 의사

자고 있는데 콜이 왔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20분

다들 그렇겠지만 새벽 3시에서 6시 사이의 콜이 제일 싫다.

풀당이라고 불리는, 하루 24시간 매일매일 일해야 하는 시스템에선

거의 유일하게 잘 수 있는 시간인데..


- 여보세요...

- 선생님~ 중환자실인데요.. 응급실에서 교통사고 환자분 올라오셨는데 GEM 나가야 한대요-


잠이 확 깼다 


GEM을 나가자는 건 정식 동맥혈 검사를 내릴 시간도 없을 정도로 급하다는 뜻. 

아.. 이 시간에 급한 환자가 응급실에서 올라왔나.. 

하고 갔는데 


누워있는 환자는 너무 젊어 보였다. 

벽에 붙어있는 환자 정보를 보니 22살. 어깨에 멋진 문신.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오토바이 사고 환자.


그간 숱하게 CPR 하면서도, 

피를 토하며 죽는 사람 위세척하며 중환자실 보내면서도...

끔찍해... 아니 무서워...라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코에 올려놓은 한 뼘에 가까운 거즈는 전부 피로 물들어있고

양쪽 귀에선 아예 막을 수도 없이 계속 흘러나오는 피

입엔 석션팁을 꽂아놓았는데

피가 쉬지 않고 흘러나와 빨아들여지고 있었다. 


GEM을 하려고 팔을 찌르는데, 분명히 맥이 뛰긴 뛰는데 찌르면 사라지고 사라지고

아무리 해봐도 알 수가 없다.

멀찍이서만 뛰고 가까이 뛰는 곳이 없어... 


한 20분 지났나..

주치의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냥 femoral에서 하세요.. 어차피 금방 죽을 텐데..  


아... 젊으니까..

이렇게 피를 많이 흘려도 금방 살 줄 알았다..

죽음과는 어울리지 않는 어린아이.


생각해보면 혈압 올리는 약도 최대로 달고 수액도 계속 끊임없이 주고 있는데

혈압이 60/40 정도인데 살 리가 있나.

그렇게 피를 쉬지 않고 흘리고 있는데 살 수가 있나.


겨우겨우 피를 뽑아 검사를 했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이제 딱히 해줄 것도 없으니 가서 자라고 하셔서

올라와서 누워있는데 무서운 기분에 잠이 안 온다..   

콜 받고 깼을 때도 아무 기억은 안 나지만 악몽을 꾸고 있던 느낌이었는데..   



22살에

참 살결도 곱고 흰 아이인데

팔에 멋지게 문신도 있고 근육도 멋있고..

처음 피검사에서 헤모글로빈 수치가 16인 거 보면

담배도 어지간히 뻑뻑 피워댔을 거고

밤 12시에 헬멧도 없이 오토바이 타고 있었으니

나름 스스로에겐 폼나는 인생이었겠지. 


추운 가을 어느 날에

누구의 차에 치인 지도 모르게

길에서 그렇게 피 흘리고 있는 채로 발견되어

온가족이 중환자실 앞에서 울면서 기다리게 하고

그렇게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될지.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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