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처음 의사
자고 있는데 콜이 왔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20분
다들 그렇겠지만 새벽 3시에서 6시 사이의 콜이 제일 싫다.
풀당이라고 불리는, 하루 24시간 매일매일 일해야 하는 시스템에선
거의 유일하게 잘 수 있는 시간인데..
- 여보세요...
- 선생님~ 중환자실인데요.. 응급실에서 교통사고 환자분 올라오셨는데 GEM 나가야 한대요-
잠이 확 깼다
GEM을 나가자는 건 정식 동맥혈 검사를 내릴 시간도 없을 정도로 급하다는 뜻.
아.. 이 시간에 급한 환자가 응급실에서 올라왔나..
하고 갔는데
누워있는 환자는 너무 젊어 보였다.
벽에 붙어있는 환자 정보를 보니 22살. 어깨에 멋진 문신.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오토바이 사고 환자.
그간 숱하게 CPR 하면서도,
피를 토하며 죽는 사람 위세척하며 중환자실 보내면서도...
끔찍해... 아니 무서워...라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코에 올려놓은 한 뼘에 가까운 거즈는 전부 피로 물들어있고
양쪽 귀에선 아예 막을 수도 없이 계속 흘러나오는 피
입엔 석션팁을 꽂아놓았는데
피가 쉬지 않고 흘러나와 빨아들여지고 있었다.
GEM을 하려고 팔을 찌르는데, 분명히 맥이 뛰긴 뛰는데 찌르면 사라지고 사라지고
아무리 해봐도 알 수가 없다.
멀찍이서만 뛰고 가까이 뛰는 곳이 없어...
한 20분 지났나..
주치의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냥 femoral에서 하세요.. 어차피 금방 죽을 텐데..
아... 젊으니까..
이렇게 피를 많이 흘려도 금방 살 줄 알았다..
죽음과는 어울리지 않는 어린아이.
생각해보면 혈압 올리는 약도 최대로 달고 수액도 계속 끊임없이 주고 있는데
혈압이 60/40 정도인데 살 리가 있나.
그렇게 피를 쉬지 않고 흘리고 있는데 살 수가 있나.
겨우겨우 피를 뽑아 검사를 했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이제 딱히 해줄 것도 없으니 가서 자라고 하셔서
올라와서 누워있는데 무서운 기분에 잠이 안 온다..
콜 받고 깼을 때도 아무 기억은 안 나지만 악몽을 꾸고 있던 느낌이었는데..
22살에
참 살결도 곱고 흰 아이인데
팔에 멋지게 문신도 있고 근육도 멋있고..
처음 피검사에서 헤모글로빈 수치가 16인 거 보면
담배도 어지간히 뻑뻑 피워댔을 거고
밤 12시에 헬멧도 없이 오토바이 타고 있었으니
나름 스스로에겐 폼나는 인생이었겠지.
추운 가을 어느 날에
누구의 차에 치인 지도 모르게
길에서 그렇게 피 흘리고 있는 채로 발견되어
온가족이 중환자실 앞에서 울면서 기다리게 하고
그렇게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될지.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