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 Jul 27. 2016

응급실다운 CPR

인턴, 처음 의사

밤 10시즈음에 카운터 오빠랑


아. 정말 힘들어죽겠다 우리.

당직실 올라가서 올라가서 조금만 자자.


하고 올라갔는데 12시부터 다시 끊이지 않는 콜.
결국 못이기고 내려오는데 저 멀리 119카랑 외상 담당 인턴이 탁탁탁 뛰어서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나간 자리가 피바다. 말 그대로 정말 피바다였다
 
복도에 있던 환자들이 진저리를 치며
이것좀 닦아달라고 해주세요!!!
할 정도로.
 
그리고.
10분쯤 지났을까
 
CPR이요!! 여기 CPR방송좀 해주세요!!

하는 커다란 소리가 울려퍼졌다.
 
소생실로 뛰어 들어갔더니
바닥은 이미 피가 강을 이루었고
컴프레션할때마다 입과 코에서 펌프처럼 나오는 피
컴프레션 잘되도록 환자 밑에 깔아놓은 플라스틱 판위에 출렁거리는 피
귀에서 흘러나오는 피.
그리고. 귀에서 조금씩 밀려나오는 조직들.
 
분명히 외상환자인데. 목밑으로는 다 멀쩡하다.

부러진곳 하나없이
그냥. 머리쪽만 엉망진창.
 


그리고 곧 병원이 떠나갈듯한 울음소리가 도착했다.

자기야..자기야..장난이지..난 어떻게 하라고..


문 앞에서 너무 통곡을 하셔서 다른 주무시는 환자들 다깨니까 차라리 들어오시라고 했는데, 들어오시니 너무 환자 붙잡고 울어서 CPR을 할수가 없었다.

일단 밖에서 계시라고. 이렇게 보는거. 다 아픈 기억만 되신다고. 사람들이 모시고 나가고. 교수님은 CPR중단을 보호자에 설명하고 설득하러 나가시고.
우린 이사람이 절대 살수없다는걸 알면서
그렇게 열심히도 CPR을 했다
 
40세 남자였다
근육도 근사하니 멋있고. 얼굴도 멀끔하게 생긴.
새벽 1시쯤 술에 조금 취해서 집에 전화를 했다고 한다.


- 지금 들어갈께.
- 추우니까. 택시타고와.. 하는 아내의 대답..


그런 통화중에 갑자기 남편이. 어? 뭐야
하더니 전화가 뚝.

그리고 결말은 그랬다
남편은 술에 취한채 무단횡단을 하다가 버스에 치였고, CPR은 병원에서 났지만. 실상 그자리에서 죽은거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 다른 곳은 하나도 안다쳤지만. 머리안은 엉망진창이 되어 병원에 도착했다. 결국 그렇게. 심장까지도 멎고..
 
다른 보호자들이 마지막 모습이 얼마나 마음아프게 남겠냐고. 하면서. 아내에게 나가라고 하는데.
내가 아내라면, 저 닫혀진 문뒤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것보단 그 끝까지의 과정을 보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닫혀진 문뒤에서.

1시 45분에 사망선언했습니다. 정리되면 들어오세요.

하는 말 소리로 모든게 끝나버렸다.
 


어쨌거나.
그랬다. 너무나 응급실다운 CPR
 
 
 
그리고 그후의 정말 이상한 일.
심박이 늘어져서 CPR을 시작했고. 중간중간 리듬확인했지만. 돌아오지 않았고, 마지막 손바꿀때 확인했을때도 리듬이 없었다. 그 30초 후에. 부인이 들어오고. CPR그만하기로 하고. 손을 뗐고
그리고 부인이 환자의 손을 잡았더니
갑자기 심박수 80정도의 정상 리듬을 보였다.

돌아온건가?


맥을 만져봤는데, 맥박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여기저기 짚어봐도. 만져봤는데 pulse가 없다

그 의미는 모르겠지만, 신호같은게 보이자 보호자는 실날같은 희망으로 " 심장이 뛰는거 아니에요?" 하고 묻고. 교수님은 모든걸 다 아신다는 듯이
" 의미없이 전기신호가 조금 지속될수는 있습니다." 하시는데 한 1~2분쯤 있었을까. 문득 생각난듯. 다시 삐- 하고 멎었다.
 
말이 안되는거 알지만. 그래도. 환자가 살아돌아온건 아니라도. 잠시 인사하고 간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인은. 모르니까
없었던 심장의 리듬이 정상 리듬이 되었다가 다시 멈추어 버린 것도모르겠지만.
 
그렇게. 살며시. 그분의 영혼이 들렀다 갔을까.
부인이 그의 손을 잡고.


자기야. 이제 그만 힘들게하고 편하게 보내줄께.


하고 인사하던 그순간에

작가의 이전글 새벽, 잠이 깨버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