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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ul 25. 2016

생일날

인턴, 처음 의사

눈뜨면 출근하고, 퇴근하면 자고 

요일에 따라 일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주말도 쉬는 날도 없으니

날짜라는 것은 금방금방 잊혀지고 중요하지도 않아서

오늘이 몇월 몇일인지 찾아볼 때는 오더낼 때 날짜를 적을때 뿐이다.


이상하게도 콜이 많던 중환자실 당직이던 어젯밤

끝없이 동맥혈 검사를 해야하고, 인공호흡기 세팅을 바꾸어야한다며 콜이 오던 그 환자는

새벽 1시 23분에 돌아가셨다.


이곳 파견 병원은 사망 선언과 그에 제반한 서류 작성도 모두 인턴이 하는데

그래서 내가 올해 오늘 날짜를 기록한 가장 첫 글은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식사하다가 기도가 막혀서 심정지가 왔고,

CPR 10여분 만에 리듬이 돌아왔으나 폐렴으로 사망하게 된 환자의 사망기록지였다.


의사가 된 후 첫 생일.

내 생일 날짜를 적는 첫 문서가 사망기록지라니.

왠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평생 살게될 날들의 시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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