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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가 시절인연을 알았더라면

by 송지영

사람은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해요

아무리 헤어지기 싫어도

만남이 있었으니 지금의 헤어짐도 있고

지금의 헤어짐이 있으니

새로운 만남도 만날 수 있겠죠

지금 마음이 힘든 건

그 사람이 없다

그 사람이 없어서 괴롭다

이런 생각들에 사로잡혔기 때문이죠


봄이 오면 새잎이 돋고

가을이 오면 잎이 떨어져요

그게 인생의 이치예요


이치를 알고 나면

지금보다 훨씬 마음이 좋아질 거예요

<법륜스님 희망편지>



시절인연(時節因緣)은 불교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모든 인연이 영원하지 않으며, 특정한 시점에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끝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인연이 맺어질 때는 최선을 다하지만, 그 인연이 떠날 때는 집착하거나 아쉬워하지 않고 편안하게 놓아줄 수 있는 지혜를 강조하는데 시절인연이 쓰인다. 이 뜻을 이해하면 삶에서 만나는 다양한 관계와 사건이 우리의 노력만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상황과 시기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그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

꽃의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했어..

내게 향기를 전해주고 즐거움을 주었는데..

그 꽃을 떠나지 말았어야 했어!

그 허영심 뒤에 가려진 따뜻한 마음을

보았어야 했는데

그때 난 꽃을 제대로 사랑하기에는

아직 어렸던 거야

<어린 왕자> 중



어린 왕자는 장미의 까다롭고 이기적인 행동들에 지쳐갔고, 장미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새로운 인연과 교훈을 찾아 나섰다. 위 구절은 여행을 통해 어린 왕자가 인간관계의 소중함과 사랑의 책임을 이해하고 장미가 왜 특별한지 깨닫는 장면이다.


그런데 어린 왕자가 시절인연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장미와의 관계에서 생긴 집착이나 구속감에 덜 얽매이고, 그 인연이 반드시 영원하지 않음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애정과 책임을 다한 후 편안하게 놓아주는 것도 자유고 용기다. 생떽쥐베리도 불교를 공부했었다면 어린 왕자가 조금은 덜 슬프고 외롭지 않았을까. 오고 가는 인연에 연연하지 않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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