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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루양 Sep 19. 2018

남을 부러워하는 사람입니까?

부러워하는 마음, 골똘이 들여다보니 

네. 그렇습니다.


대표님이 각자의 일하는 방식을 알아보자고, MBTI 테스트 사이트 링크를 보내주었다. 7분 남짓한 시간동안 엄청 많은 질문들을 물어대는 페이지였는데, 그 가운데 "당신은 남을 부러워하는 사람입니까?"라는 질문 항목이 있었다. 다른 질문과 마찬가지로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간 항목인데 이상하게 그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이 질문은 나의 어떤 성향을 판단할 수 있는 항목일까?


남을 부러워하면 지는 거라고 했다. 학창시절부터 주변에 멋진 친구들이 많았고, 정말 엄청나게 부러워했는데도 늘 숨겼다. 아닌척. 감췄다. 부러우면 지는 거니까. 하지만 재능이 있거나 용돈을 많이 대주는 부모가 있거나 옷을 잘입거나 누가봐도 얼굴이 예쁜 친구들은 솔직히 너무 부러웠다. 어린 시절에 부러워했던 것들은 주로 타고난 속성이라 어차피 부러워하거나 애써봤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때는 그냥 부러운 구석들을 못본척 무심해하거나, 그런 것들과 다른 나만의 덕목을 기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곤 했다.


지금은 타고난 것보다 어떤 사람이 스스로 이뤄놓은 것들이 더 부럽다. 자기 이름에 특유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내 일터를 둘러보면 여자 동료, 선후배는 많지 않지만, 그 몇 안되는 사람들이 다들 꽤나 멋지다. 부러운 재능을 가진 사람도 많고, 비슷한 나인데도 부러울만한 업적을 가진 사람도 많다. 어쩜 다들 저렇게 일을 잘하고, 말도 잘하고, 늘 주변에 사람이 많고, 하는 일마다 다 잘되는 것 같을까? 나는 요즘도 많은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최근 내가 부러워하던 몇몇 사람과 접속할 일이 있었다. 일 때문에 건너건너 아는 사람에게 소개받아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하고는 밥 한끼 같이 먹기도 했다. 보통 내가 부러워한 사람들은 기사로 그의 소식을 듣거나 SNS로 일상을 엿보았기 때문에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그 잠깐 동안 그에 대해 뭘 알 수 있었겠냐마는, 나와 대단히 다른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부러움이 키워놓은 환상이 좀 컸다. 실망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들도 나처럼 고민하고, 걱정도 했다. 다만 그들은 한결같이 어떤 일을 꾸준히,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부러운 걸 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아해요. 정말 멋져요." 이제는 그냥 말한다. 듣는 사람은 의례적인 말이겠지 싶겠지만, 진심이다.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이기거나 지거나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아는 나이가 됐다. 그리고 또 생각한다. 그의 멋진 어떤 부분. 나도 따라해볼수 있을까? 하지만 따라 할 수 있는 일도 없거니와 따라한다고 해도 그만큼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내가 부러워했던 것은 그저, 일과 관계에 관한 그들의 태도였던 것 같다. 자기만의 일을 발견하고 선택한 결단력. 지속할 수 있는 꾸준함. 그리고 탁월함. 


그 마음을 잘 들여다보니, 지금의 나의 상태가 대략 짐작이 된다. 꾸준하지 못한 점,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이 내심 불만인 상태다. 앞의 것은 습관의 문제니 조금은 노오오력이 좀 필요하고, 뒤에 것은 일을 새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성급한 마음이다. 그렇구나. 부럽다고 남을 쳐다만 보지 말고, 차라리 나를 들여다봐야겠다. 


응원하고 싶은 부러운 것들은 더 부러워해야지! 내가 그가 될 수 없고, 그가 내가 될 수 없다는 걸 인정할 수 있다면 부러움이 그리 해가 되는 감정은 아니지 않을까. (가끔 이 전제를 까먹긴 하지만) 이 전제를 잊으면 삶이 고달파진다. 이룰 수 없는 꿈을 품게 되는 거니까. 차라리 나의 욕망의 빈 곳을 어찌저찌 채워보는 수를 택하겠다. 불현듯 부러운 마음이 들어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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