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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루양 Jan 01. 2019

2018 결산, 일하기의 기쁨과 고민

2018 김여름 TMI 연말 결산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19년을 준비하며(다시 말해서, 출근 전날), 2018년을 정리해본다. 2018년은 여느 때보다 변화가 많았다. 상반기엔 직장 없이 노동 실험을 해보겠다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백방으로 뛰어다녔고, 중반기엔 난생처음 '소셜'이라는 영역에 발을 들이고, 소셜벤처 세계에 도전했다. 하반기에는 새로운 일터에 자리잡아 기획자와 제작자로 역량을 끌어올리는 시간을 보냈다. 내 세계는 얼마나 넓어졌을까?


주제별로 보자면 다음과 같다.


상반기: 혼자 일하기의 고민- 나라는 프리랜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중반기: 함께 일하기의 즐거움과 어려움 - 동료, 팀빌딩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하반기: 30대의 일하기는 어때야 할까? - 일에 관한 본격적인 고민 그리고 약간의 감정적 고비.

  

자, 그러면, 2018년 김여름 어워드 시작해볼까.




총평: "일하기의 기쁨과 슬픔" - 올해는 혼자서도 일하고, 남자동료들과 때로는 여자동료들과 팀을 꾸려서 일해보기도 했다. 혼자 일하면 외로웠고, 함께 일하면 어려웠다. 일하는 와중에 성과도 있었지만, 실패도 정말 많았다. 어느 경우에나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걸 경험했고, 문제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30대 일하기란, 결국 '기록과 성과로 눈에 보이게 쌓아올리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1. 올해의 대화: 남편과의 대화



매년 31일에 남편과도 연말 결산을 치른다. 함께 산지 2년째. 우리의 삶을 기록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해 오랜 시간을 보낸 남편의 생각과 일상 중에 내가 기억해야 하거나 놓친 것이 있지는 않는지 알고 싶어서 진행하는 연말 결산이다. 사전에 준비된 20개 질문에 각자 답을 찾고, 결과를 공유하며 대화를 나눈다. 연말결산이 끝나면 한해 고마웠던 남편에게 상장을 준비해 선물하는데, 올해 남편이 받아간 상이 "선한 목자상"


올해 내가 중요한 결정 앞에 있을 때마다(하던 일을 중단할지 말지, 새로운 도전을 할지 말지 그밖에 많은 고민앞에 있을 때), 산책길에서, 거실에서, 때론 술을 마시면서 남편과 나눈 대화가 늘 나를 지탱해줬다. 좋은 결정을 내리도록 조언해줬고,(결국에는 원하는 대로 하라는 지지였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게 응원해줬다. 올해 내 건강한 삶에 가장 크게 일조한 게 바로 남편과의 대화였기에, 기꺼이 올해의 대화로 기록한다.



2. 올해의 생활브랜드: 넷플릭스, 유튜브



올해는 영화보다 유투브를 훨씬 많이 봤다. 주로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유튜브로 검색했고, 컴퓨터로 음악을 들어야 할 땐 유튜브를 틀었다. 올해는 TV드라마보다 넷플릭스를 많이 봤다. 이건 작년에 비해 큰 변화다. 미디어의 변화를 생활 속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혼자 집에서 밥을 먹을 때, 혹은 주말에 시간이 남을 때, 일방적으로 방송되는 TV가 아니라, 내가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채널인 유투브와 넷플릭스를 틀었다.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도 누군가의 '추천'이 가장 유효했고, 한번 빠져든 작품들은 내 긴 시간을 순삭했다. 아깝지 않았다. 올해의 넷플릭스는 <제시카 존스> <드라마 월드> <김씨네 편의점>  <블랙미러> <이지> 그리고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


 


3. 올해의 배움: 상스캠



4월부터 상상마당 스타트업 캠프 2기로 합류했다. 소셜 분야에서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교육과 팀빌딩, 실제 창업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일주일 가량이나 되는 캠프부터 수업이수, 과제까지 녹록치 않은 단계였지만, 그만큼 집중해서 공부하고 배울 수 있었다. 물론 이제 고작 3회 진행된 프로그램이라, 모든게 만족스러운 과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셜벤처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내 또래의 대표님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대단히 값졌다. 또 실제로 사업체를 만들고, 초기 단계의 운영을 경험해본 일도 큰 배움이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귀엽고 똑똑한 동생들도 여럿 만났다.(어딜가나 요즘은 언니, 누나다...) 끝까지 이수하는 게 목표였는데, 더불어 데모데이에서 4등을 수상했고, 가장 돈이 없던 시절에 상금이 생겨서 덕분에 여름 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다. (그 휴가가 나의 올해의 여행이란 사실.)



4. 올해의 영광: 나도 셀러 해봤다!



2018년에는 소소마켓에 꼭 나가보고 싶다. 정말 믿도끝도 없이 한 이야기였는데, 놀랍게도 10월의 중순. 나는 세종문화회관 뒤뜰 소소마켓의 셀러가 되어 있었다. 그 우여곡절 속에 동료들의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다. 마냥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 바람이 실현되는 경험이 내게는 큰 배움이 되었다. 또 평화박물관 영상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탄 것도 올해의 영광이다. 시간이 너무 없어서 할 수 있을까? 나 스스로도 의심속에서 한 일인데, 결국 해냈고 좋은 결과를 낸 덕에 다행이 상금으로 마켓에 가져갈 굿즈를 제작할 수 있었다. 굿즈 작업은 처음 해 본 일이라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이 아쉬운 과정 속에서도 새로 알게 된 것들이 많아 만족하고 감사한다.



5. 올해의 직함: 선생님 (스마트폰 강의)


 

선생님! 선생님! 올해 여기저기서 선생님 소리를 들었다. 올해는 처음으로 영상 강의를 시작했다. 프리랜서 시절, 그간 쌓은 촬영기자 경력이 의미없이 소멸되는 게 아쉬워서, 또 내가 좋아하는 촬영을 이제 그저 취미로만 갖고 있는게 너무 안타까워서 강의를 시작하게 됐다. 우연히도 내 결혼식에 참석한 담당자가 내가 만든 부부 영상을 보고 제안해주셨다는 게 가장 흥미로운 점! 강의는 기대 이상으로 너무나 즐겁고 보람있는 일이었다.


평소 촬영도 별로 해보지 않았다는 사람들이, 강의가 끝날 즈음엔 자기만의 영상을 뚝딱뚝딱, 내가 기대한 이상으로 좋은 영상을 만들어낸 걸 보니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올해 좀더 좋은 강의를 더 많이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영상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까? 일단 프립에 수업을 오픈해뒀다! https://www.frip.co.kr/products/102735





6. 올해의 기록: 부부김씨 (@bubu_kimc)




올해는 여러가지를 기록해보려고 했고, 많이 기록했지만, 잘 정리되지 않은 기분이다. 올해 중구난방 여러개 채널을 운영했는데, 그래도 그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올해의 기록을 꼽으라면, 인스타에 운영하고 있는 '부부김씨' 채널이다. 결혼 생활 2년차. 결혼생활이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 말도 많이 들었지만, 막상 실제로 해본 결혼생활은 많이 달랐다.


우리가 결혼생활에 갖고 있는 편견(관계의 지루함, 업무분담, 시댁문제, 결혼 일상)은 경험해보지 않고 어른들의 언어를 답습하는 것이 아닐까. 혹은 경험했더라도 결혼 생활에 관한 새로운 상상력이 부족한 게 아닐까. 조금은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가 결혼 생활을 하면서 배우고 느끼는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내년에는 더 좋은 이야기를 우리 관계에서 발견해봐야지.



7. 올해의 흠모: 제현주 대표님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얼마나 짝사랑의 천재인지 알 것이다. 나는 누군가를 언제나 좋아하고 있고, 그게 내 삶에 원동력이다. 올해에 내가 흠모한 사람은 제현주 대표님이다. (물론 그분은 모르신다.) 창업을 준비하다가 그분의 기사를 본 순간의 전율이 기억난다. 여자도 투자사 대표가 될 수 있구나. 이런 단순한 놀라움 넘어 그분이 계속 뒤에올 여성들을 생각하며 쓴 글을 읽으며, 고맙고 저릿한 마음이 들었다.


오래 남자들하고만 일해서 올해 내내 '여자 동료들하고 일하고 싶어요!'를 외치고 다니던 시기라 그랬지만, 그런 멋진 여성 어른과 동료가 되고 싶은 갈망이 컸다. 그분을 만나고 싶어서 여성 리더를 다루는 언론사를 만들기도 했다는 건 비밀.(지혜답게,였지, 아마...) 게다가 그분 덕분에 공공그라운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렇게 그분과 관계있는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만나고 연결된다는 게 내 철칙인데,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어떤 연예인보다 2018년 내게 멋졌고, 자극이 되는 사람이었다. 2019년에는 나도 부지런히 성장해서, 동료가 되야지. 그때 이 마음을...(수줍)



8. 올해의 각성: 나 하나쯤 망해도 아무도 모를거야

                                                   https://brunch.co.kr/@summer2277/34


올해의 전환점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이 아닐까. 이때부터 나의 경험을 어떻게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을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나는 늘 익명의 글을 쓰고, 내 이야기를 쑥쓰럽게만 생각했는데, 이때부터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여전히 실제의 나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김여름)으로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한다. 2019년에는 진짜 내 이름으로 내 이야기를 더 진솔하게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9. 올해의 여행:  전국을 돌아다닌 여름 휴가/ 나폴리/ 벨기에&네덜란드



한해를 정리해보면, 결국 남는 건 여행이다. 여행하는 순간에 가장 기쁘고, 행복했고, 가장 나 답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프리랜서 생활 때문에 길게 휴가를 내지 못하고 국내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이 여행을 통해서 여행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번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군산부터 담양, 목포, 완도, 섬진강으로 이어졌던 여름 휴가는 정말로 즐거운 여행이었다. 인생 별사진 같이 좋은 사진을 많이 찍었고, 찍다보니 사진과 촬영에 대한 재미도 붙어서 즐거웠다. 결혼 2주년을 맞아, 신혼여행지로 돌아가자고 2주간 머문 나폴리 여행이야 말해서 무엇하리? 연말에 갑작스럽게 떠난 1주일 맥주 탐구 여행, 벨기에와 네덜란드 여행도 짧지만 알차게 즐거운 나날이었다 :)




올해의 인터뷰: C program 엄윤미 대표님



그저 백수이던 시절. 난 무엇을 하고 싶을까? 이제까지 했던 일 중에 가장 즐거웠던 일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게 '인터뷰'였다. 내가 다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날이 올까? 싶었는데 왔다. 올해 새로 들어간 일터에서 다시 인터뷰가 나의 중요한 업이 되었다. 감개무량. 3개월 동안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인터뷰. 이전에도 글에 썼지만, 2018년도 많이 위로받은 말을 들었다. "어떤 일들은 시간이 지나야만 정리되고, 알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그러니까 완전히 알지 못해도, 나에게 중요한 일을 계속 해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일에 열정이 있는 여성에게 사회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선택지를 제시하기 마련이라는 것. (그러니까 남의 말 듣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따를 것.)





10. 올해의 음식: 나폴리 마가리타, 을지로 이자카야


나폴리에서 매일 저녁 피자를 먹었다. 특히 숙소 앞에 3대 피자집으로 유명한 디마켈레가 있었는데, 피자가 어찌나 맛있던지,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꼭 한판씩, 때때로 두판씩 피자를 포장해왔다. 마르게리타와 치즈가 없이 토마토, 오레가노, 마늘만 들어간 마리나라 피자를 판다. 피자에 치즈가 없다니? 의구심을 품었지만, 마리나라 피자를 올해의 음식, 올해의 피자로 명명한다. (참고로 올해의 피자 두번째는 일산의 포폴로 피자다.)


그리고 올해의 음식에 공동수상한 을지로 이자카야. 최근에 기분을 풀러 들른 곳이었고, 평소보다 굉장히 비싼 값을 내고 사시미를 먹었는데, 그 짧은 순간이 어찌나 강렬하고 행복한지.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2019년에는 저가의 인스턴트 음식을 주문해 먹는 횟수를 줄이고, 비싸고 좋은 음식을 가끔이나마 조금 더 먹기로 다짐했다.



11. 올해의 드라마: 스카이 캐슬



연말을 바쳤다. 어떤 악한 캐릭터, 센케릭터, 선한 캐릭터보다 연민을 일으키는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이 드라마를 보고 알게 됐다. 올해 유일하게 본방사수 하려고 애쓴 드라마.















12. 올해의 음악 : 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이게 내 올해의 영화다! 하반기 내내 함께 한 퀸의 음악. 원래도 좋아했지만, 영화를 통해서, 퀸의 가사가 이토록 아름답고 선한 것을 노래하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under pressure'에서 프레디머큐리와 데이빗 보위의 목소리가 정말 좋다.


프레디가 'give love'를 목놓아 외치고, 데이빗이 ' love's such an old fashioned word'라고 이어 부르는 부분은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왜인지 정말 모르겠다. 그 부분의 데이빗의 목소리와, 올드 패션, 낡은 것이라는 단어가 자꾸 나를 울린다. 그래도 사랑만이 밤의 끝에 선 사람들을 돌봐준다는 이어지는 그 가사는 정말... 울게한다.  love dares you to care for The people on the edge of the night.



13.  올해의 연극 : 조씨고아 


올해도 여러 편의 연극을 보았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직시하게 해주는 흥미로운 현대 연극을 많이 봤는데, 종종 너무 가까이 있는 문제를 다루는 바람에 극적으로 연극적으로 와닿지 않는 작품이 많았다. 나는 여전히 연극성 짙은 전통극, 고전극이 더 좋다. 명동예술극장에서 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도 기대한 만큼 좋아서, 역시 막이 내리고 배우들이 인사를 나누는데 말할 수 없는 짠함이 몰려와서 극장에서 펑펑 울었다지. 전통극은 아니지만 두산아트센터에서 본 <애도하는 사람>도 잘 짜여진 연극이었다. 올해도 많이 보자! 





하루 늦게 한 연말결산이지만. 하나씩 정리하고 말을 붙이다보니, 2019년에는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2019년에는 기억할 만한 더 다양한 부분이 생기도록, 기록도 꾸준히 해보고, 경험치도 넓혀보리라! 하루사이에 사람이 어떻게 변하겠느냐마는, 이렇게 1년, 6개월, 시간을 두고 보면 나는 계속 조금씩 변하고 있다. 올해는 운전대 잘 붙들고, 내가 더 되고 싶은 사람이 되자!  황금돼지의 해. 올해도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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