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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꾸러기 덴스 Jan 30. 2019

내 그럴 줄 알았지

결과 편향의 오류와 활용법

아시안컵 축구에서 한국이 카타르에게 1-0으로 졌다. 무패 행진을 해오던 벤투 감독(6승 4 무)의

기록이 깨졌다. 당연히 대중의 비난이 빗발친다.  전술의 실패부터 다양한 실패의 원인들이 쏟아진다.

최근 예비 타당성을 면제한 국책사업이 발표되었다. 여야는 물론 지자체 간 그리고 언론 간에도 논쟁거리다.

이런 경우에 대해 인간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사후 판단의 사회적 비용

과거를 두고 서사(이야기)를 만드는 인간의 머리는 논리를 짜 맞추는 기관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즉시 세계관을 조정해 그 놀라운 상황을 수정한다. 스포츠 게임에서 승리한 팀은 진 팀보다 훨씬 강한 팀으로 인식된다. 이 새로운 인식은 미래뿐 아니라 과거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꿔 놓는다. 놀라운 사건에서 무언가를 배우기도 하지만 이때 다소 위험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일단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그전에는 어떻게 생각했었는지 기억하는 능력이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

유명한 실험이 있다. 피시 호프와 루스 베이스 교수는 리처드 닉슨이 1972년 중국과 소련을 방문하기 전에

설문조사를 했다. 닉슨 외교정책의 열다섯 가지 가능한 결과를 두고 그사이 일어날 확률을 묻는 것으로 가령

이런 질문들이 있었다. 마오쩌둥은 닉슨과의 만남을 수락할까? 미국은 중국을 국가로 인정할까? 수십 년간

적대관계였던 미국과 소련이 의미 있는 사안에 합의할까?

닉슨이 미국으로 돌아온 뒤, 파시 호프와 베이스는 똑같은 사람들에게 열 다섯가지 가능한 결과에 예전에 자신이 어떻게 대답했었는지 기억해 보라고 했다. 열다섯 가지 결과 중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의 경우, 응답자는

자신의 과거 예상확률을 과장했다. 반면 일어나지 않은 사건의 경우, 원래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엉터리로 회상했다.(재빨리 수정했다.)   


전형적인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식의 '사후 판단 편향( Hindersight Bias)'이다.

자신의 과거 생각을 실제로 일어난 상황에 맞게 수정하는 성향은 막강한 인지 착각을 만들어 낸다.

사후 판단 편향은 의사결정자들을 평가할 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관찰자들은 결정이 질을 평가할 때

결정 과정의 타당성은 따지지 않고 결과가 좋았는지 나빴는지를 따진다. 위험이 낮은 외과 처지를 하다가

예상치 못한 사고로 환자가 사망했다고 해보자. 시건이 일어난 뒤에 배심원들은 그 처치가 사실은 위험이 높았고, 처치를 지시한 의사는 더 신중했었야 한다고 믿기 쉽다. 이런 결과 편향 탓에 처음에는 타당하다고 믿었던

결정을 사후에 제대로 평가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축구로 다시 돌아가면 결과에 따라 그동안 적절하고 타당했었던 전술 및 선수 기용 등 모든 것이 틀렸다고

믿는 것과 같다.


사후 판단 편향과 결과 편향은 일반적으로 위험을 회피하게 하지만 무모한 도박을 벌여 승리한 장군이나 기업가처럼 무책임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에게 과분한 포상을 안겨주기도 한다.  운이 좋아 결과를 낸 정치지도자나 기업의 CEO가 과도한 위험 부담을 떠안았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일은 절대 없다. 오히려 성공을 예견하는 타고난 혜안과 비전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반면 그들을 의심한 사람들은 나중에 소심하고 나약한 그저 그런 분류로 취급된다. 몇 번의 성공적인 도박은 무모한 지도자에게 선견지명과 대담함이라는 후광을 씌어준다.

4대 강 사업부터 지금의 예비 타당성 없는 국책사업 추진까지 정가 들은 줄 곧 인간의 이런 심리를 잘 꿰뚫고 있는 것이다.

기업 이미지(Pixabay 출처)

성공 제조법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서점에 가보면 성공한 기업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경영의 교훈을 탐색하는 책이 왜 그렇게 인기가 높은 지를 후광효과와 결과 편향으로 설명된다.  예로 들면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를 보면 좀 더 성공한, 서로 경쟁관계인 18쌍을 비교 분석했다. 성공한 기업을 두고 결과 편향 및 후광효과의 부산물일 뿐이다. 이에 노벨 경제학자인 다니엘 카너먼은 성공한 기업과 덜 성공한 기업을 비교할 때 대단히 일관되게 나타나는 반복된 유형에 특히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무작위 조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유형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신기루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주사위를 던져 연속적으로 6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운이 큰 몫을 하기에 성공을 관찰해서 지도력과 경영의 질을 추론하기는 어렵다. 일례로 성공한 기업들의

기업 수익 및 주식 수익 격차는 대체적으로 그때 이후 거의 다 사라진다. 사업 흥망에 관한 이야기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원하는 것을 제공해 독자의 공감을 얻을 뿐이다. 그래서 수많은 기업 관련 경영서적은 대동소이하다.

누구나 다 아는 분명한 원인을 지목하면서 운의 결정적 역할과 평균 회귀의 불가피성을 외면하는 단순 메시지가

그것이다.  


사후 판단을 할 때 '내 그럴 줄 알았지'를 잘 기억해 두자. 영어로는 I knew it  또는 약어로 TTBE (That's to be expected) 정도이다. 친구나 동료가 이런 표현을 하면 사후 판단 편향을 떠올려 보자. 물론 내가 했다 해도.

그러나 그렇다고 판단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와 같은 말이다.





* 다니엘 카너먼의 <Thinking, Fast and Slow>을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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