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려니 Oct 04. 2023

남겨진 혼들



네가 떠나고 펄떡이는 심장으로 한 잠을 더 잤다

남아있던 너의 령이 누운 내게로 와 고함치며 매트리스를 뒤흔들었다

살얼음 같은 수면 아래서 네가 남겨놓은 령의 분노에

지지 않으려다 일그러진 령이 가엾었다

부디 제압 말고 다독이기로

다독여진 령이라면 너에게 따뜻한 입김 불어넣을 테니     


고여 있는 원혼은 돌아오는 몸체에 서늘한 입김을 불어넣는다

원혼을 놓친 몸체는 계속 몸을 앓는다

너와 내가 대칭점에 섰던 건 남겨진 원혼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옛날 횟집 서빙을 하고 돌아온 당신의 손에는 광어회가 들려 있었지

자맥질로 하루를 버티다가 당신이 들어서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당신을 발견하고도 구조되지 않는 몸

  

그해 겨울 아침 짐을 싸서 집을 나왔다

맨발로 뛰쳐나온 당신 우는 얼굴로 손흔들었다

방에는 주인 잃은 이불이 정리되지 못한 채 한 달 동안 깔려 있었다


그날 버스 안에서 밑 빠진 것 같던 몸의 이유를 이제야 안다

그곳에 남겨진 나의 령은 당신에게 얼마나 시린 입김을 불어넣었던가     


영원히 충전되지 않을 몸체와

외로이 고여 있을 혼들과

어딘가 남겨놓은 나의 령을 위해

노래를 부르자

우리의 슬픈 혼들을 어서 불러들이자






작가의 이전글 저작 인간의 생체리듬에 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