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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려니 Oct 15. 2023

분열하는 밤을 지나서



두 개의 시가 태어나자마자 죽었다

내가 그들을 죽였다 

아직 따뜻한 숨이 붙어 있었다


어글리한 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지만

그 이름을 붙인 건 나다


펄떡거리는 심장으로

축축한 겨울 골목을 쏘다녔다


왜 죽였어! 추궁하는 목소리가 따라와

막다른 코너에서 엎어졌다


그런 시를 낳았다고 우습게 볼 거 같았어

그런 시 그런 시

그 이름을 붙인 것도 나다


죽인 건 시다 어글리한 시다

그러나 죽은 건 시가 아니다

무엇으로든 변형되었을 최초의 세포


버텨내야 할 건

이름 붙이고 싶은 안달과

예측으로 분열하는 밤


시간 속에 너를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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