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내게 보내는 편지

by 여름

나는 이제 싫은 걸 꾸역꾸역 참거나 삼키지 않는다.

거기서 나온다.

예전에는 그곳에서 헤매면서 자책을 수도 없이 했지만,

지금은 그곳에서 나올 줄 안다.


나오는 힘이 생겼다.

나오는 힘의 용기를 알았다.

나와야 다음이 보인다는 걸 절실히 깨닫는 요즘이야.


툭 버리고. 나와서 툭툭 먼지 털듯이 털어내고

다시 무언가를 향해 여러 갈래의 길로 뚜벅뚜벅 걸어갈 예정이야. 할 수 있다.

작은 거부터 시작하면 된다. 작은 거부터 그냥, 하면 된다.


펼쳐진 책과 노트의 냄새는 여전히 존재하니까..

그 향을 맡으며 꾹꾹 글씨를 눌러쓰고,

꾹꾹 글자들로 내면을 가득 채우고 넓혀갈 것이다.

글씨를 눌러쓸 때 머리가 가장 개운하다.


사람에게 상처를 입어 구멍이 생겼지만,

그 구멍을 꼭 사람으로 메꾸거나 꿰맬 필요는 없다.

그럴 힘도 아직은 없다, 사람을 만날 힘.


하지만 사물에게 ‘나’를 투영하여

그 사물의 존재를 온전히 느끼는 일, 어루만지는 일은

말하지 않아도 채워져. 구멍이.

그 구멍이 단단해지거나 조금씩 차오른다면,

조금은 다시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희미한 희망을 보내.


‘괜찮아’ ’다시‘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그냥’

시작하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