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바다로

'바다'

by 여름

‘바다’ 하면 숲처럼 딱히 사랑하지도 않고 엄청 좋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랑하는 존재들에게는 무언가 말을 건넬 때 바다에 비유해 주거나

아니면 상대방에게 나의 상황을 바다로 비유해서 말을 건네 들었을 때

마음에 확 와닿는 순간을 그렇게 잊을 수가 없다.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 어느 날, 경직되어 있던 나에게 상사분께서 편하게 하면 된다고 말씀해 주셨을 때 처음에는 네! 이러고 계속 또 똑같은 자세와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로, 꽉 막힌 상태로 일에 임하고 있었다.


그 다음날, 상사분께서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가 일할 때뿐만 아니라 나중에 일에 대한 발표를 할 때도 편하게 하면 된다고 또 말씀해 주셨다. 그때부터였나, 꽉 막혀있던 돌멩이 같던 마음이 젤리처럼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였다. 같은 계열 일을 그만둔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마음이 계속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의 불안과 힘듦이 저절로 떠올랐고 그때처럼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상사분과 이야기를 더 나누면서 예전에 일을 그만둔 것이 마음을 조금 편하게, 즐기면서 하지 못해서 조금 힘들었던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주셨는데 가장 큰 고민이었던 부분을 알아봐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잠깐 깊은 얘기를 나누다가 ‘바다’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주셨다.

“바다도 항상 바다 그 상태로만 있지 않는다. 폭풍이 불 때도 있고 큰 파도가 칠 때도 있다. 그러면서 수증기로 되었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온다. 우리 인생도 바다로 빗대어서 바라볼 수 있다.”

이 이야기를 듣다가 마음에 확 와닿아서 그때의 공간과 느낌 그리고 머리에 무언가 댕 하고 맞은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이 일을 시작하고 끝맺으며 써놓은 일기가 있다.


솔직히 불안해서 이 일을 다시 도전하지 않고 좀 쉬면서 도망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언제까지 도망칠 수는 없고 그 상처를 똑바로 다시 직면하며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이번에는 조금은, 조금은 다를 수도 있잖아.’ 하는 작은 희망을 가졌다.

‘또 똑같은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어. 이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많이 그동안 고민했으니까. 괜찮아.’

하며 작은 희망에 붙들며 다시 도전을 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 작은 희망이 어마 무시한 일들을 일어나게도 한다. 그래서 자꾸 살아가고 싶다.


그 일과 관련된 단어 한 글자조차 듣기 싫어했던 내가 이제는 아무렇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단어들로 내게 남게 되었다. 이렇게 신비하고 꿈같은 일들이 일어나니까 자꾸 살고 싶어진다.


인생은 참 알 수 없다.


조금은 다를 수도 있잖아. 했던 작은 희망을 믿기 잘했다.

결국에는, 바다처럼 폭풍의 순간을 넘기고 수증기로 내려와 바다의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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