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린이라는 세계』리뷰
이 글은 독후감이 아니라 거의 반성문에 가깝다.
읽는 내내 깊이 반성했다. 그동안 어린 아이를 인상 찌푸리며 본 일들, 어른이면서 어른답지 못하게 굴었던 행동들. 무수히 많은 부끄러운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끄러웠던 건,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쉽게 했던 것. 마치 '오이를 싫어해요.', '흐린 날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정도의 무게로 툭 내뱉었다. 아이를 존중하는 건 취향의 영역이 아님에도 그게 무슨 취향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볍게 생각했던 걸 반성한다.
읽는 내내 미소 지었다가, 눈물을 흘렸다가, 다시 웃었다. 다짐의 연속이었다. 마치 이 책이 제품 설명서나 조립 안내서라도 되는 양 그대로 따라해 보려고 문장을 여러번 마음에 덧그리며 읽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지?'라는 마음이 고개를 들었고, '저자도 부던히 노력하는 거구나'를 깨달으며 자연히 고개를 숙이게 됐다. 나도 애써서 마음을 써야겠다. 아직 사회성을 기르는 중이라 공공장소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도, 손이 영글지 않아 행동이 굼떠도, 경험이 적어 실수가 잦아도.
책을 읽는 동안 떠올랐던 나의 부끄러운 경험 세가지를 공유한다. 반성의 첫걸음은 솔직한 실토다.
첫째, 그동안 노키즈 존을 좋게 봤다. 엄연히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행위임에도, 당장의 편의에 눈이 멀어 못본 체 했다. 반성한다. 요즘은 타인에게 식당이나 카페를 추천할 때 장점 중 하나로 "여기 노키즈 존이에요. 짱이죠."라고 경솔하게 말하지 않는다. "이 카페는 다 좋은데 노키즈 존인 게 조금 마음에 걸려요. 노키즈 존에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루프탑 공간이라 안전때문에 노키즈 존으로 운영한다더라고요." 라며, 이제는 꼭 설명을 덧붙인다.
둘째, 그동안 마주친 어린이들을 마냥 '어린' 존재로만 봤다. 그들도 사유를 할 줄 아는 인간인데 단편적으로만 바라보고 존중해주지 못했다. 특히 대학교 때 근로장학생으로 근무했던 '방과후 쉼터'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다양한 청소년들이 학교가 끝난 후 와서 숙제도 하고 놀기도 하는 공간이었는데, 거기서 알바 개념으로 근로를 했다. 그때 아이들에게 조금만 더 다정하게 대해 줄 걸... 하는 후회가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책의 저자도 비슷한 목적을 가진 공간에서 아이들을 마주해서 그런지, 내 자신이 더 부끄러웠던 것 같다.
셋째, 아이들에게 쉽게 짜증을 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집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산대에 줄을 서있었는데, 바로 뒤에 서있던 아이가 한시도 몸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계산대와 계산대 사이에 세워둔 펜스를 아래로 넘어갔다 위로 넘어갔다, 좁은 통로에서 빙글 돌았다가 내 옆을 스쳐지나가 앞뒤로 왔다갔다 움직이기 바빴다. 그렇게 좁은 통로를 스릴 넘치게 지나가다 내 카트와 철제 펜스 사이에 목이 끼었다.
앞으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카트라 조금만 당기면 틈이 벌어지면서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는 겁에 질렸는지 절대 카트를 못 건들게 했다. 내가 자꾸만 카트를 움직이려 했더니 마트가 떠나가라 엉엉 울었다. 지금이었으면 아이를 먼저 달래고 차분히 설명을 해주어 상호 합의 하에 해결을 했겠지만, 그때는... 위에 언급했듯 아이를 싫어하는 걸 굳이 숨기지 않던 시기였다. '이건 다 네가 까불댄 업보다, 이 녀석아' 생각하며 도와주지 않고 차갑게 내려다보기만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게까지 모질게 굴 필요는 없었는데.깊이 반성한다.
물론 사람인지라 순간적인 감정이 앞서겠지만, 지성을 지닌 어른으로서 부단히 생각하고 노력해야겠다. 어린이에게 멋진 어른으로 기억에 남도록, 더 좋은 세상을 보여줄 수 있도록 애쓰고 싶다. 기억력이 나빠 유년 시절의 기억이 통채로 사라진 지경이지만, 이런 다짐은 굳이 얄팍한 기억에 반추해보지 않더라도 어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장 내일부터 180도 달라져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될 순 없다. 그건 너무 가식적이기도 하고. 다만 평생에 걸쳐 주어진 퀘스트라 생각하고 사는 내내 노력해보려 한다. 어린이들이 나보다 어려서도 아니고, 자라는 중이어서도 아니다. 미래를 책임질 발판이어서는 절대 아니다. 그냥, 나와 같은 한 명의 인간이기 때문에 마땅히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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